2030년은 세계의 축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유럽과 아메리카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시기로, 그 중심에 인도라는 나라가 있다. 그 예상대로 이 해에 인도가 중국을 뛰어넘고 미국에 이어 세계를 이끄는 나라로 성장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과제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 이 글에서는 시민들의 계급의식 개선, 여성들의 능동적인 움직임 확산, 무역 국가들의 균형 맞추기, 영어를 활용한 문화 발전 등을 중심으로 의견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먼저, 인도의 시민들에게 남아있는, 계급으로 인한 노예근성을 장기적으로 없애야 한다. 흔히 인도의 신분계층을 가리키는 표현을 ‘카스트(Caste)’라고 한다. 아리아인이 처음 지금의 남아시아를 점령했을 때에는 직업의 구분과 분업을 위해 이 제도가 시작된 것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계급’으로 변질된 것이다. 실제로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947년에 법적으로 폐지되었지만 시민들의 정신 속에는 여전히 계급의식이 남아있다.
예로, 1865년에 종전된 미국 남북전쟁 이후에 해방된 흑인들도 1960년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말콤 X와 같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흑인 민권 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모든 일을 백인과 같은 수준으로 자유롭게 할 수 없었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차별받아오지 않았는가? 또한, 1894년 조선에서 갑오개혁으로 신분제가 폐지되었지만 일제 강점기인 1923년에 백정들을 중심으로 형평 운동이 일어났음을 보면 여전히 민중들에 사람을 신분으로 구분하는 사고가 남아있었다는 점이 보이지 않을까? 결국 계급이라는 문제도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바로잡히지 않는다. 그러니 적어도 지금으로부터 10년 정도는 시민들이 어떻게 이것으로 인한 노예근성을 벗어버리고 인도와 국제라는 사회에서 어떻게 ‘주인의식’을 갖추고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도록 교육과 같은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여성이 강간당하기 쉬운 나라’라는 이미지를 없애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먼저, 권익을 쟁취하여 각자 원하는 진로를 찾기까지의 과정이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이 논지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회 고정주 인도 통신원이 2020년 4월 25일에 쓴 「인도 페미니즘을 향한 움직임」이라는 게시글을 참고하였다.).
우선 힌두교의 신들 중 하나인 ‘락슈미(Lakshumi)’라는 여신의 문자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락슈미는 남편을 ‘주인’으로 모시며 순종한다고 한다. 그런데 신인 그녀에 대해 감히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도 불편함이 없었으니까 인도 사회가 지금까지 가부장적인 문화와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힌두교 신화가 창작되었을 당시에는 왜 락슈미가 남편과 가정에만 국한된 삶을 살았던 것으로 설정되었는가를 탐구하고, 지금 시대의 입장으로 힌두교 신화를 다시 쓰자면 락슈미는 어떤 삶을 꾸려낼 것인가를 상상하는 분위기도 형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성들의 몸은 여성들이 지킬 권리가 있음을 보여줄 캠페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 대표적인 운동으로는 ‘GBV(gender-based violence) in Media’와 ‘AbortionMeraHaq’가 있는데, 모두 인도 페미니즘연합회(Feminism in India)가 진행하는 것이다(그중 후자는 아시아 지역 낙태 단체와 공동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전자는 인도의 언론들이 성범죄는 엄연한 범죄라고 윤리적으로 보도해야 함을 일깨우고, 후자는 원치 않은 임신 등으로 낙태를 해야 할 때 여성들이 자유롭게 합법적인 방법에 대한 정보를 얻는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한편, 교육을 통해서 여성들이 어떻게 시민으로서의 권익을 찾을지 그 중요함을 자각해야 한다. 2015년에 인도 여성교육연합회(Indian Association for Women’s Studies)와 하리야나의 아쇼카 대학의 연합으로 설립된 성 센터를 시작으로, 여학생들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다. 브리한 뭄바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남녀 구분 없이 몸을 이용하는 활동적인 수업을 하도록 독려한다. 뿐만 아니라, 델리 정부에서는 여학생들이 어떤 환경에서든지 깊이 있는 수준의 공부를 해내기 위해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이라는 주제를 탐구할 수 있도록 어플리케이션 ‘STEM’까지 출시하였다고 한다.
이 세 가지가 지금부터 인도 사회 내에서 중요하다고 각성되어야, 미래에 현지 여성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뜻을 펼치고 인도와 세계의 민주주의 정치와 자본주의 경제,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철학과 같은 문화의 발전을 주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여성들도 혼자서 인도 곳곳을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한 나라에 수출과 수입이 치중되는 것을 다른 나라로 다변화해야 한다. Trend Economy의 2020년의 인도 무역 통계를 보면, 인도가 미국에 수출하는 비중이 17.9%(490억 달러)이고, 중국 쪽이 6.89%(190억 달러), 아랍에미리트 쪽이 6.51%(179억 달러)라고 한다. 그런데 인도가 중국에 수입을 받는 비중이 15.9%(580억 달러)이고, 미국 쪽이 7.23%(260억 달러), 아랍에미리트 쪽이 6.49%(230억 달러)라고 한다. 한국과 관련된 비중은 그 해 기준으로 수입 쪽만 표기되었는데, 3.3%(121억 달러)만 차지한다고 한다. 이를 보면 인도는 미국과 중국에 각기 수출과 수입이 치우쳐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인도는 두 국가들 뿐 아니라 한국과 같은 여러 나라들과도 서로 교류하여 더 많은 무역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영어를 통해 무엇을 공부하고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를 생각해야 하는 시대를 이끌 줄 알아야 한다. 18세기에 미국에서 독립이 선언되기 전까지 영어는 말 그대로 영국인들의 언어였다. 19세기에 제국주의 정책으로 영국의 식민지가 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들의 국민들은 ‘영국 지식인, 자본가들과 대화하여 출세하기 위한, 영국인들의 모국어’로서의 영어를 익혀야 했는데, 인도도 그러한 요구를 받은 나라 중 하나였다. 간디, 네루와 같은 인도의 지식인들은 영국에서, 세포이의 항쟁이 진압된 후 성립된 ‘인도 제국’에서 영어를 공부하고 영국의 문화와 사상을 연구하여 출세하는 길을 찾기도 하며 독립을 위해 어떻게 그 지식을 활용할 것일지도 고민하였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영어는 ‘미국의 엘리트들과 대화하기 위해 유창하게 활용할, 미국인들의 모국어’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게 되었다.
그런데 미국의 패권이 다른 나라들 중 하나에 넘어간 후에는 영어가 가치를 잃게 될까? 사실 오늘날의 영어는 영국과 미국 뿐 아니라, 아일랜드,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 대만 등에서 다양하게 쓰이는 세계 공용어이다. 그런데 미래의 인도에서는 기존 영어권 문화에 국한되지 않는 영어와 그와 다른 문화가 등장하고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문화가 남아있는 환경에서 영어를 통합의 언어로 쓰는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나라 인도. ENL(English as a Native Language) 나라들의 문화를 넘어서는, 영어를 도구로 활용한, 지적 문화를 형성해갈 줄 알아야 한다. 그러한 ‘지적 문화’의 대표적인 예로는 영국과 미국 뿐 아니라 인도에서도 세계의 학습자들이 즐겨 읽을 영어 원서들(소설, 시, 논픽션, 만화 등)이 집필되고, 다양한 연령층(어린이 뿐 아니라 청소년 이상의 고연령층도 즐길 수 있는)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도 창조되고, 인문학과 자연과학 같은 기초 학문에 대한 토론과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인도가 아시아와 세계를 주도하기 위해서 세계 시민으로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을 다시 정리해 보자. 계급을 초월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확대되어야 하고, 여성들이 자유와 평등을 쟁취해서 능동적인 삶을 사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하고, 무역 국가를 좀 더 다변화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국어와 다름없는 영어를 어떻게 학업과 직업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하여도 우리나라와 같은 나라들에 모범 사례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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