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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교육이 우리나라 공교육 환경에서 더 일찍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

기획

by Woolf 2021. 5. 1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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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우리나라 공교육 현장에서는 사실상 중학교에서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세계사가 필수적으로 다루어진다. 그러나 21세기에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에서 한국인들이 큰 역할을 다하기를 바란다면, 학생들이 중학교 이전부터 체계적으로 세계사를 공부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공교육 현장에서 세계사가 꾸준히 다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초등학교에서는 사회 과목 자체가 (학생) 지역 국내 세계순으로 세계사까지 가는 데 너무 느리게 전개된다는 점이 문제다. 7차 교육과정을 2000년대에 이수한 현 20대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다. 초등학교 1, 2학년에는 슬기로운 생활이라는 과목으로 나와 가까운 환경에 대해 다루었다고 한다. 3, 4학년에는 처음 수업을 받는 사회 과목에서 내가 속한 지역’, 즉 시··구와 시(광역시도를 보여 주다가, 4학년 2학기에 연표와 문화재, 문화유적, 박물관 등 역사의 기초 상식을 소개한다. 5, 6학년에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사회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중 6학년 1학기에 한국사를 세 단원에 걸쳐 소개하였다. 세계의 모습은 6학년 2학기가 되어서야 소개되는데, 지금 보기에 너무 늦은 편이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본격적으로 세계사를 배우게 된다. 이때 세계사는 한국사와 함께 역사 1, 2’ 교과서에서 다루어졌다(2011년 처음으로 통합 역사 수업이 진행되었을 때에는 역사 (), ()’라는 제목으로 표기되었다). 그런데 1) 한국사에서 외워야 할 더 많은 개념들이 등장하고, 2) 세계사에서도 문화권들이 불균형하게 다루어진다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1) 한국사만 해도 익혀야 할 내용이 너무 많다. 고조선의 건국 신화와 시대적 배경 해석, 삼국(고구려, 백제, 신라)의 중앙 집권 국가화, 신라의 삼국 통일, 발해 문화와 고구려 계승 의식, 고려 시대의 지배층의 변화, ··원과의 외교와 전투, 조선 전기의 유학,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조선 후기의 사회 개혁론자(실학자), 강화도 조약에서 경술국치까지의 근대 국가 수립 운동, 3·1 운동 등의 독립 운동,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달과 경제 개발 등 2-3년 내내 외워야 할 사건들이 상당하다보니 이것들을 설명하느라 세계사 파트로 수업이 넘어가기가 힘들다.

 

  또한 2) 역사상 가장 중요한(외워야 할) 사건들이 중국, 일본, 서유럽, 미국 중심으로 벌어졌기 때문에 이 지역의 역사들 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 동남아시아, 인도와 같은 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 라틴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의 역사들이 역사 1, 2 교과서에 실렸음에도 수업에서는 자세히 다루어질 여유가 없었다.

 

  고등학교에서는 수능에 많이 나오는 과목들이 우선이기에 때문에 세계사가 수업에서 선택될 여유가 더 부족해진다. 2016년도 수능부터 국어, 수학, 영어와 함께 수능 기초영역 과목으로 채택된 과목이 세계사가 아니라 한국사다. 그리고 세계사와 동아시아사는 수능 탐구영역 과목에 속하다보니 역사에 큰 관심을 가진 학생이 아니라면 크게 선택받지 못하는 과목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세계사 교육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할까? 다음과 같이 4가지의 시기로 구분해서 어떤 방향으로 구성되어야 할지, 그렇게 되면 어떤 점이 좋을지를 풀어나가도록 하겠다.

 

  우선 첫 번째 시기는 초등학교 3학년에서 5학년까지의 과정으로, 이때에는 다양한 문화권의 발달과 교류 과정 중심으로 근대 이전의 한국사와 세계사를 보여주는 형식이어야 한다. 필자가 구상해본 형식은 다음과 같다. 우선 초등학교 3학년 때에는 9세기 CE(Common Era, 서기)까지의 시기에 한국의 고대 국가들이 발달하고, 세계의 고대 제국이 등장하고, 세계 문화권이 형성되는 과정을 다룰 것이다. 4학년 때에는 고려의 역사와 10-14세기의 다양한 문화권의 성장(몽골 제국, 십자군 전쟁,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등장 등) 등을 보여줄 것이다. 5학년 때에는 흥선 대원군 이전의 조선의 역사와 15-17세기의 교류의 확대와 전통 문화의 완성(오스만 제국, 대항해 시대, 르네상스, 종교 개혁,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통해 본 명·청 교체기, 인도와 동남아시아로의 이슬람 문화 확대, 청의 발달, 유럽의 절대왕정 등)의 과정을 풀어갈 것이다. 이것을 통해 학생들은 우리나라와 다른 다양한 문화가 발달해왔음을 인지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호기심을 발휘할 수 있다.

 

  두 번째 시기인 초등학교 6학년 과정에서는 시간 순서대로 18세기 시민혁명, 19세기 제국주의와 국민국가 형성,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 민주주의의 확대, 21세기 세계의 과제 등의 근대 이후의 한국사와 세계사를 보여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학생들은 이후 진학하게 될 중·고등학교 등에서 배우는 주요 과목(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의 이론들이 이 시기에 완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개인의 인권, 사회 참여, 평등, 도전 정신 등을 이 시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세 번째 시기인 중학교 과정에서는 초등학교에서 접하였던 사건들과 주제들이 심화되는 방식으로 세계사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세계의 여러 문화들이 다르게 시작되었지만 여러 차례의 교류를 통해 서로 발전하게 되고 19세기와 20세기를 기점으로 여러 차례의 갈등을 겪으며 통합하는 흐름을 여러 자료를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문화를 상대적으로 받아들이며, 보다 더 넓은 세계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마지막 시기인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어떻게 세계사가 편성되어야 할까? 1 과정에는 세계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적용되는 한국사 교과서에서 전근대사가 한 단원, 근현대사가 세 단원으로 구성된 것처럼, 세계사도 약 일곱 단원으로 편성하여 두 단원은 세계 전근대사 내용으로, 나머지 다섯 단원은 세계 근현대사의 내용으로 서술해야 한다. 그중 후자의 경우 아일랜드의 독립운동 이야기와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의 권익 쟁취, 냉전으로 인한 동유럽,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수난 등의 새로운 주제들이 덧붙여지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고2, 3 과정에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거나 그 외의 다른 직업을 찾는 데 연관하여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지역의 역사를 선택하여 탐구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대입과 진로를 결정함에 있어서 생각이 확대되며, 대입 전공 선택에 있어서 능동적인 태도를 발휘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세계사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것은 그것을 통해 몰랐던 새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사 수업에 대한 분량을 좀 더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화 시대에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들을 더욱 양성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한편, 다문화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우리나라에서 해당 가정의 자녀들도 이런 세계사 교육으로 한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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