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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쓰는 환경은 목적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가?

인문학

by Woolf 2021. 8. 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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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를 쓰는 환경은 모국어, 제2언어, 외국어, 대개 이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이것을 가리키는 약자들이 바로 ENL(English as a Native Language, 모국어로서의 영어),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제2언어로서의 영어), 그리고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외국어로서의 영어)인데, 영어를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이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그런 예로는 학습을 하거나, 여행이나 유학, 이민 등으로 해외로 향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첫 번째 경우는 영어를 학습하는 환경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관하여서는 자국의 모국어가 따로 존재한다는 점이 같은 ESL과 EFL 환경을 비교하면서 풀어본다.

  우선 ESL 환경은 인도와 필리핀,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등의 나라들에 조성되었는데, 해당 나라에 다양한 집단이 민족 단위로 살아가고 영국이나 미국에 의해 식민 지배를 받다보니 모국어는 따로 있지만 오히려 영어로 소통해야 편한 경우이다. 이러한 나라의 사람들은 영어로 된 콘텐츠를 많이 보고, 듣고, 읽고, 따라해 보는 과정을 통해 유아기부터 성인기까지 일관되게 영어 그 자체를 익히게 된다.

  반면 EFL 환경은 자체 모국어가 존재하는 나라들에 조성되었다. 그 대표적인 나라들로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베트남, 이스라엘,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멕시코, 페루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나라들의 유아기에서 초등학교 과정까지 교육 방향은 어린이들이 영어에 흥미를 붙이는 것에 초점을 두어 애니메이션, 게임, 독서 등으로 영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ESL 환경과 비슷하다. 그러나 중학교 이후의 학생들은 엄연히 존재하는 모국어로 사고해야 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기 때문에, 외국어로서의 영문법과 같은 규칙을 오히려 원어민보다 집중적으로 더 잘 습득할 수 있도록 학습해야 한다.

  그래도 두 가지 환경이 완전히 다르지는 않다. 위에서 언급한 자국의 모국어가 따로 존재한다는 점 뿐 아니라 그곳들에서 모두 활용되는 영화, 팝송, 드라마, 애니메이션, 뉴스, 시트콤, 소설, 논픽션, 오디오북, 영문법 교재 등의 콘텐츠 대부분은 ENL 환경에서 기획과 제작이 된 점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경우는 여행을 할 때에 영어를 어떻게 쓸지에 대한 방향이 달라진다. 여기서는 EFL 환경에서 자란 성인을 기준으로 가정해 보았다.

  먼저, 한국인 여성 A가 ENL 환경인 영국으로 떠날 때, 필요한 영어는 무엇일까? 평소에는 한국어가 익숙한 그녀에게 있어 외국어로 배우기만 한 영어는 영국의 역사와 문화를 여행을 통해 체험하는 데 꼭 필요한 국제어이다. 물론, 그녀와 마주쳐서 소통을 하게 될 현지인에게는 모국어인 셈이다.

  다음으로, 일본인 여성 B가 같은 EFL 환경인 러시아로 떠날 때에는 어떨까? 물론 이 상황에서 그녀가 러시아어를, 현지인이 일본어를 모두 능숙하게 할 수 있으면 이상적일 것이다. 그런데 둘 다 서로의 언어를 모른다면 모두가 외국어로 인식할 뿐 아니라 국제어로 통하는 영어를 이용하면 될 것이다.

  다른 경우는 스페인 남성 C가 ESL 환경인 말레이시아로 떠날 때이다. 말레이시아도 영국의 영향으로 공적인 상황에서 영어를 쓰는 나라 중 하나로, 말레이어나 영어 중 자신 있는 언어로 그 나라의 사람들과 대화하면 된다. 그래서 그가 말레이어를 모르고 그 현지인도 스페인어를 잘 모를 경우에는 국제어인 영어를 활용하면 된다.

  세 번째 경우는 EFL 환경의 출신 학생들이 유학을 떠났을 때이다. 여기서는 대학교의 학과 중 한 곳에서 전공을 선택하여 연구하는 것에 집중하여 작성해 본다.

  먼저, 아일랜드 독립운동 역사를 전공하고자 아일랜드로 떠날 때이다. 이 주제는 단순히 ‘영어를 배우겠다.’는 목적으로 접근하면 곤란하다. 19세기의 아일랜드의 수난과 20세기의 독립 투쟁 과정 등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고, 그것과 관련되어 남아있는 역사적 자료도 게일어와 영어 두 언어를 모두 이용해 독해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즉 이것은 그 나라의 콘텐츠를 영어로 공부하는 것이므로 영어 실력은 미리 준비되어야 한다. 그래서 유학을 떠나기 전부터 한국 외의 EFL 나라에서 있을 때보다 더 수준 깊게 영어를 학습해 두어야 한다.

  두 번째 예는 예카테리나 2세의 외교를 전공하고자 러시아로 떠날 때이다. 이건 왜 영어가 중요하냐는 의문이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더 깊은 연구를 위해서는 이 주제에 해당하는 사료들(예카테리나 2세 본인 뿐 아니라 이 인물과 교류를 맺은 유럽의 나라들의 지도자들, 특히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가 남긴 사료들도 확인해야 함)과 이것들을 앞서 연구한 석학들의 논문 등의 해외의 자료들도 보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영어는 비영어권의 콘텐츠에 대한 연구의 폭도 더 넓게 하는 학술적으로 꼭 필요한 국제어이므로, 러시아어 실력 뿐 아니라 영어 실력까지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네 번째 경우는 영어권으로 이민을 떠났을 때이다. 이와 관련된 예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로 들었는데, 한 가지는 EFL 나라에서 ENL 나라 중 한 곳으로 정착한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ESL 나라에서 다른 ENL 나라로 정착한 케이스이다.

  먼저, 한국계 사람이 미국 국적을 가지게 되었을 때이다. 미국에 막 정착한 세대는 보통 1세대라고 하는데, 한국의 문화에 오랫동안 익숙해져온 상태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영어는 외국어에 가깝다. 그런데 1.5세대부터는 영어를 쓴다는 것의 의미가 달라진다. 부모님의 수고로 미국의 문화에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같은 한인들과 어울리는 것이 편한 1.5세대는 가정이나 한인 그룹에서는 한국어를 쓰고 학교나 기관, 직장에서는 영어를 쓴다. 다시 말해, 제2언어로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2세대 이후의 교포들은 어릴 적부터 미국 문화에 익숙해져서 영어를 어디서든 모국어로 쓰게 된다.

  다음으로, 인도계 사람이 영국 국적을 가지게 되었을 때이다. 영국에 처음 자리를 잡은 1세대 중에서는 인도의 북부에서 왔을 경우, 인도의 문화와 인도식 영어 모두에 오랫동안 익숙해져온 상태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제2언어로 영어를 써왔다. 반면, 인도에서 온 건 동일하지만 영어에는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살아온 사람들도 있다. 그러다가 1.5세대부터는 가정이나 인도계 그룹에서는 힌디어와 같은 언어를 쓰고, 교육을 받거나 직업 생활을 할 때에는 영어를 쓴다. 여기서 인도식 억양의 영어를 써온 사람이 사회에 적응해야 하므로 영국식으로 조정하기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2세대 이후에는 어릴 적부터 영국 문화에 익숙해져 영국식 영어를 더 쓴다.


  세계 시민인 우리들은 다양한 환경에서의 영어를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이 환경은 개인이 처한 사정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냐에 따라 다르다. EFL 나라 중 한 곳의 국적을 취한 사람은 청소년과 성인이 된 후 국내에서 학습을 할 때에는 영어를 외국어로 인식하고, 해외로 여행이나 유학을 떠날 때에는 외국어인 동시에 국제어로 활용하게 된다. 반면 영어권에 시민권과 영주권을 갖게 된 이민자가 세대가 지날수록 그 문화에 익숙해질 경우에는 외국어에서 제2언어 혹은 모국어로 영어를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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