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프로테스탄트』는 기독교 웹툰 사이트인 에끌툰에서 연재 중인 작품으로, 현대의 부실한 신학대를 배경으로 하여 독자들이 5세기 전의 종교개혁 당시의 담론들을 주로 어렵지 않게 접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와 마르틴 루터의 자유의지 논쟁에 관한 스토리텔링은 15화에서 에라스무스가 강의에 인용한 『노예의지론』에 대해 루터가 반박 발언을 한다는 설정이다. 또한 여기서는 그 당시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신학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이 성전환되어 등장하는 점도 특이하다. 이런 작품의 연재가 끝나고 나면 향후에 ‘불쌍하다’고 다시 보게 될 것 같은 인물들로는 누가 있을까?
첫 번째 인물은 필리프 멜란히톤이다. 16세기에 종교개혁의 서막을 연 마르틴 루터의 동료 중 한 명이다.
15화에는 탁상잡담부에서 성경을 연구하다가 밤을 지새워 다음날 눈에 초점을 잃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녀를 본 에라스무스 초빙교수는 저렇게 루터한테 시달리며 살 애가 아니라며 안타까워한다. 잠시 후 본인 앞에 루터가 앉아 신의 말씀을 직통계시로 받고 싶은지 사람 말을 통해 받고 싶은지 묻는 데 “사람의 말을 통해서요.“라고 답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당분간 탁상잡담부 일을 하지 말라는 말을 듣게 된다.
21화에도 그녀의 안쓰러운 모습이 연출된다. 주인공 장 칼뱅과 함께 자료를 정리하다가 ‘요한’이라는 이름이 많아서 불만을 품는 총장 노우연이 ‘그리스-로마 고전을 깊게 공부한 사람들이 고전어로 별명을 짓는다’고 하는 부겐하겐에게 ‘가방끈 자랑하려는 목적이냐’고 묻자, 뒤에서 듣던 멜란히톤은 당황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우연이 자신의 그리스어 이름을 ‘멜랑흐톤’으로 헷갈리며 불평하자 본명이 ‘슈바르체르트’라고 답하며 울먹이고 만다.
두 번째 인물은 요하네스 부겐하겐으로, 위의 멜란히톤과 마찬가지로 마르틴 루터의 동료이다.
2화에 단순히 교수가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에서 얽매이지 않고 학생들끼리 신학에 관해 질문하고 토론하는 수업을 진행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런 의도를 모른 채 그녀를 비롯한 탁상잡담부가 강의실에 오지 않은 것을 무단결석 미수로 간주한 토머스 모어 교수의 명령으로 강의실에 붙인 피켓들을 도로 떼어 수거해야만 했다. 퇴학당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3화에서는 총장 우연을 비난하는 설교를 하지 않겠다고 당사자와 약속한다. 그러나 채플 당일에 루터가 에브리타임에 우연이 조는 사진을 올리고 그녀를 공개적으로 매장시키는 바람에 설교 후 게오르크 슈팔라틴에게 한 소리를 듣게 된다. 물론 부겐하겐 본인이 설교를 2시간 동안 너무 길게 한 것도 문제여서 칼뱅과 우연에게 조언을 구하게 된다.
5화에서 고해성사가 전 총장(로마 가톨릭을 상징함) 시절에 잘못 쓰인 전통이지만 루터와 같이 괴로움에 잠긴 동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도 해 주는 기능으로 활용한다. 그런데 그것이 칼뱅에게 문제가 되어 ‘회개를 하나님께 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는다. 결국 칼뱅이 울면서 코인세탁 카페 밖으로 뛰쳐나가자 그녀에게 올바르게 설명하지 않았음을 회개한다고 기도한다. 그래도 전 총장이 특별후원금(면벌부)이라는 꼼수가 있었으니까 개혁이 일어난 것이라는 점으로 그녀의 말에 동의하되, 전통도 회개하는 사람과 함께 슬퍼하는 식으로 바꾸고 싶다고 한다.
15화에서 탁상잡담부 리더인 루터가 에라스무스가 자신의 책인 『노예의지론』을 잘못 인용하였다고 반박 발언을 하는 바람에 하인리히 불링거로부터 ‘자신이 설교를 못한다고 루터가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말을 듣는다. 결국 여기에 도발당한 루터가 소리 지르자 바로 ‘보는 자신이 창피하니’ 다시 자리에 앉게 하고, 강의가 끝난 뒤에 근신하게 함으로써, 마음고생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세 번째 인물은 엘리 코로로, 시각장애인 설교자이다.
9화에서는 신학대 내에서 동아리 신청 허가를 받으려고 하는 여러 상황에서 기욤 파렐이 사고를 내는 바람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파렐이 우연에게 미성숙한 말투를 써서 칼뱅만 코로와 파렐의 동아리 심사를 맡게 되고, 존 웨슬리가 근무하는 편의점에서 고양이용 식량이 없다는 이유로 판매용 음식에 함부로 주먹질을 하고, 길고양이에게는 반드시 기름을 뺀 통조림을 주어야 한다는 점을 몰라서 루터에게 한 소리 듣게 되는 등의 일이 그런 사고의 예이다. 그로 인해 그 과정에서 엘리 코로 본인도 신경질을 내게 된다.
32화에는 동료 기욤 파렐이 열 받는 일이 있다며 편의점의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의도만 좋았던 상황을 연출하자 그녀 대신 사과해야 했다. 파렐이 이렇게까지 소동을 벌인 건 엘리 코로가 다가가려고 한 사회에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전도사 면접에서 장애인 설교자는 받지 않겠다는 말을 ‘사회 이슈나 부조리 문제를 다루는 설교를 원하지 않는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한, 제네바 시의원인 아미 페렝(30화에 등장)과 같은 교회 관계자들로부터 탈락 판정을 받았던 것이다.
네 번째로 거론될 수 있는 인물은 바로 발타사르 후브마이어다. 재세례파인 아나밥티스트의 지식인 출신 리더이다.
19화에서 그녀에 대한 해프닝이 연출된다. 물론 17화에서 채식 마카롱을 홍보하는 우연과 함께 찍은 사진을 가지고 그녀가 자신의 편이라고 하고, 에브리타임에 총장 우연을 사칭하여 신입생들에게 다시 세례를 받으라고 한 글을 쓴 건 잘못되었다. 그러나 자신의 돈을 지키기 위해 퇴학을 명령하는 그녀에게 다음과 같이 외치게 된다.
“세상에 마상에 학생을 돈으로 협박해?”
“너 따위가 이 학교에 돌아다니니 학교 개혁이 안 되지!”
“전 총장(로마 가톨릭)은 대놓고 돈 내놔라는 솔직함이라도 있었지 넌 전 총장보다 더 악질이야!”
후브마이어의 대사 중에서
이러한 모습이 비싼 등록금을 내기 위해 쉬는 날도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 청년들 입장에서 보게 되면 안타까울 것 같다.
이 글에서 마지막으로 언급되는 다섯 번째 인물은 바로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이다. 『우신예찬』으로 로마 가톨릭 지도자들을 비판한 인문주의자이다.
15화에서 처음에 예로 든 사례가 강의 형식으로 연출된다. 캠퍼스 개혁으로 인해 생기는 불화와 시기가 용납될 수 있겠냐고 하며 학생들에게 ‘전 총장의 일 또한 참고 견뎌야 한다’고 제안했음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루터를 간접적으로 비판한다.
“하지만 한 학생(마르틴 루터)이 저를 반대하면서 말하더군요. ‘하나님의 말씀은 그 자체로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지금 일어나는 소란이야말로 하나님의 말씀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이때 루터가 손가락으로 책상을 치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 학생은 이러한 글을 쓴 책(『노예의지론』)을 신임 총장(노우연)에게 줌으로서 신인 총장까지 혼란에 빠뜨리려 합니다.”
에라스무스의 대사 중에서
이 말이 끝나자마자 루터에게 자신의 강의 내용을 비판당하고, 그날 밤 동아리 방에서 묵게 된 그녀를 감추려는 칼뱅과 우연 때문에 들어오지 못한다. 그리고 칼뱅에게 ‘개혁이 싫으면서 찬성한 척한 것 아니냐?’는, 우연에게 ‘강의를 너무 못했다’는 네거티브 발언을 듣고 만다.
26화에는 집을 구하게 되었는데 우연의 방이 익숙해졌는지 이사 가기를 거부하려는 에라스무스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때 중간고사 서술형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우연, 울리히 츠빙글리와 함께 동아리 방으로 갔을 때, 우연이 ‘너희들(물총연구부와 탁상잡담부)도 성경 말씀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결국 자신의 견해가 담긴 신학 서적을 팔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하자 츠빙글리는 ‘총장은 에라스무스 교수님과 비슷한 생각이다’라고 반응한다. 여기에 기분이 좋았는지 미소를 짓지만 금방 그만 엮어 달라는 우연의 말에 실망한다. 설상가상으로 ‘(우연은) 그 누구의 편도 아니다’라는 생각을 표현하는 츠빙글리에게 충격을 받아 “츠빙글리야, 방금 누구의 편도 아니라는 말, 나 욕한 말은 아니지?”라고 두려워하는 표정으로 묻고, 츠빙글리가 칼뱅의 『기독교강요 초판』 원고에 감동하자 여기에 상처를 입은 우연이 그 츠빙글리에게 관심이 있었음을 깨달은 후 풀이 죽어 매미 행세를 하는 안쓰러운 모습을 보인다.
1983년부터 10년 간 김수정 작가의 『아기공룡 둘리』를 읽은 사람들 중에서는 이 만화의 연재가 끝난 뒤 ‘둘리가 아니라 고길동이 불쌍해지면 어른이 된 것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와 비슷하게 종교개혁의 역사를 처음 접할 때에는 ‘그 시기에 고생하며 믿음을 지킨 인물’이 루터나 칼뱅 위주로만 떠오르기 쉬웠다면 이 웹툰의 연재가 끝난 뒤에 ‘다시 보면’ 1) 그들처럼 수고한 동료로서의 다른 인물들이나 2) 당시에는 신앙관이 틀렸다고 기록되었을 뿐 신앙에 관한 견해가 달랐다고 볼 수 있는 인물들도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다만 이 웹툰이 아직 연재 중이므로 기회가 생길 때 다음 글에서 이 다섯 명 외에도 이후에 불쌍하게 볼 수 있을 다른 인물들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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