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소통하는 법을 연습할 때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언어의 기본을 이루는 단어와 숙어를 이해하는 어휘력, 대화와 강의 등에서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짚고 텍스트에서 필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를 파악하는 이해력(독해력), 그 주제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탐구하는 추론 능력, 자신이 표현하려는 생각을 회화와 작문으로 나타내는 수행 능력, 그리고 말과 글의 틀을 잡아주는 문법 등이 있다. 그 중 영문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우리나라는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나라이다. 중국, 일본, 태국, 알제리, 프랑스, 독일, 러시아, 핀란드,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과 같이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나라이며, 실생활에서 영어로 대화하거나 토론하는 시간이나 공간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 게다가 영어 자체가 모국어이다보니 많이 듣고 많이 읽기만 해도 학업과 직업 활동에서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영국, 미국과 같은 ENL(English as a Native Language)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교육을 거치면서 영어의 원리를 구조적으로 파야만 하는 나라이다.
다음으로, Input 기능과 Output 기능을 연결해 주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이 영문법이다. 우리는 다양한 교과서 대화 지문,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팝송, 뉴스 등의 미디어에 귀를 기울이며 여러 영어 어휘와 문장들에 익숙해져 왔다(Listening). 또한 교과서 독해 지문, 소설, 논픽션, 시나리오, 에세이 등의 텍스트를 이용하여 수많은 영어 표현들을 가까이 해 왔다(Reading). 이러한 듣기와 읽기를 가리켜 여러 표현들과 지식들을 머릿속에 보관하는 Input 기능이라고 한다. 한편, 이렇게 쌓아온 영어 실력은 자신이 관심 갖는 주제를 설명하고 그것에 대한 생각을 전달하는 데 필요하다. 바로, 수업 후 질문을 하거나 세미나의 토론에서 의견을 표출하는 등 말로 표현할 때(Speaking)와 독후감, 에세이를 쓰거나 석사 및 박사 논문 심사를 준비하는 등 글로 표현할 때(Writing) 등이 그러한 상황이다. 이러한 말하기와 쓰기는 Output 기능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말하기와 쓰기를 하는 데 왜 영문법이 필요할까? 듣기와 읽기를 통해 익힌 문장을 실제로 활용할 때에는 그것을 이루는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I found the essays of Mary Wollstonecraft difficult. It wasn’t easy for me to read them.(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에세이들이 어려웠다. 나에게는 그것들을 읽는 일이 쉽지 않았다.)’라는 두 문장을 쓰고 싶다면 각기 5형식과 의미상 주어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5형식은 ‘주어+동사+목적어+보어(동사/형용사/부사)’로 이루어졌는데, 위 첫 문장에서 find는 make, have, call, let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한편, ‘It is/was too + 형용사 + to 부정사’ 구문에서의 의미상 주어는 가주어 ‘it’의 주어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여기서는 ‘for me’가 그런 역할이다. 위 예문에 언급된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에세이 분석을 겨우 마쳐서 힘들었음을 일기로 영작할 때처럼 이러한 개념들이 인지되면 한 문장을 쓰더라도 메시지를 더 탄탄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영문법의 여러 개념들을 통해 어휘를 어떤 기준으로 익혀야 하는가를 파악할 수 있다. 먼저 이미 지나간 역사적 사건들을 서술할 경우에는 과거형을 써야 한다. ‘Charlotte Brontë published Jane Eyre on October 16th, 1847.(샬럿 브론테는 1847년 10월 16일에 『제인 에어』를 출간하였다.)’와 같이 쓰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할 수 없는 초월적인 행위를 신이 대신해 주었다고 보는 신학에서는 수동태를 써야 한다. 대표적으로 ‘Jean Calvin said they who had been chosen by Jesus were saved.(장 칼뱅은 예수님에 의해 선택받은 사람들이 구원을 받는다고 말했다.)’라는 문장이 여기에 해당된다. 한편, 같은 동사에 속하더라도 그 주변에 다른 품사가 붙어야 이해가 되는 표현들도 있다. 자동사와 타동사가 그러한 경우이다. 전자는 동사 뒤에 전치사나 부사가 붙는데, ‘My sister Phoebe is looking for some philosophy books.(우리 누나 피비는 철학 책 몇 권을 찾고 있다.)’, ‘Would you take your jacket off?(재킷을 벗으시겠어요?)’와 같은 문장을 예로 들 수 있다. 후자는 동사 다음에 목적어가 붙는 형식으로, ‘Lisa made a salad for her supper.(리사는 간단한 저녁을 위해 샐러드를 만들었다.)’, ‘Paul speaks Thai and Vietnamese well.(폴은 태국어와 베트남어를 잘한다.)’이 그 예이다. 이렇게 다양한 영문법을 상식으로 알고 있으면 한 단어도 문맥에 따라 다른 형태로 됨을 확인하고, 동사 하나도 의미 단위로 달라짐을 파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요청을 주고받을 때 구체적인 사항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독자들이 상대방에게 어떤 것을 요청하고, 상대방이 어떤 것을 요구하는가에 대한 것도 제대로 밝힐 수 있다.
첫 번째 상황은 셀 수 없는 명사의 용법에 필요한 것이다. 주스나 커피를 카페에서 주문하는데 매장에서 마시려고 할 때와 테이크아웃을 하려고 할 때 써야 하는 표현이 달라진다. 각자 유리 잔, 플라스틱 컵, 종이컵에 담아 달라고 다르게 말해야 할 것이다. 몇 가지 경우의 수를 들어 쓸 수 있는 예문들을 정리해 보자. 주스를 카페 내에서 마시고 싶을 때에는 ‘A glass of apple juice, please.(사과 주스 한 잔 주십시오.)’라고, 바로 받자마자 다른 곳으로 가야 할 경우에는 ‘Could you give me a disposal cup of grape juice, please?(포도 주스를 일회용품 컵에 담아 주시겠습니까?)’라고 하면 된다. 커피도 비슷하다. ‘A mug of black Americano for me, please.((영국에서 주문할 때)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하겠습니다.)’, ‘I want a paper cup of Einspänner, plsase.(아인슈페너는 종이컵에 담아 주시겠습니까?)’라고 표현하면 되니까. 이와 같이 ‘a cup of…’, ‘a glass of…’ 등의 표현을 쓰면 점원들은 카페 이용자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반영해 줄 것이다. 참고로, 커피 위에 올리는 휘핑크림은 현재분사(whipping)가 아닌 과거분사(whipped)를 써서 ‘whipped cream’이라고 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상황은 확신성 의미를 지닌 서법조동사를 제대로 써야 할 때이다. 계약서와 같은 공문서를 작성하는 상황에서 이 서법조동사를 제대로 쓰지 않으면 법적 효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서 must는 가능성의 90%를 나타내고, will은 80%, would는 70%, should는 50-60%, could는 40%, may는 30%, might는 10-20%를 가리킨다. 이것은 다르게 말하면 각기 상황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일 한국의 IT 기업 A가 인도의 IT 기업 B에 90% 신뢰받도록 계약서에 must를 써야 하는데, should나 could라고 작성하면 기업 B의 CEO는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진심으로 협업하고 싶은 건지 그러지 말자는 건지 어처구니없어 할 가능성이 높다.
요즘에는 영어에 대한 학습이 회화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영문법을 수능 영어나 토익, 토플, 텝스 등의 어학 시험의 독해 지문을 해석하기 위해 외우는 데 익숙해져서, 그것이 대화를 할 때에 걸림돌이 되는 식이라고 보기 쉽다. 그러나 실생활에서의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서라도 영문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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