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미국에서 삶을 살아간 페미니스트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대략 1,800편이 넘는 다양한 시를 남겼다. 티스토리에서는 그 중 세 편을 소개하고 그것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어휘들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이번 첫 번째 글에서는 ‘If the foolish, call them “flowers”...’로 시작되는 시 한 편을 다루고자 한다.
If the Foolish, Call Them “Flowers”
by Emily Dickinson
If the foolish, call them “flowers” ―
Need the wiser, tell?
If the Savants “Classify” them
It is just as well!
Those who read the “Revelations”
Must not criticize
Those who read the same Edition ―
With beclouded Eyes!
Could we stand with that Old “Moses” ―
“Canaan” denied ―
Scan like him, the stately landscape
On the other side ―
Doubtless, we should deem superfluous
Many Sciences,
Not pursued by learned Angels
In scholastic skies!
Low amid that glad Belles lettres
Grant that we may stand,
Stars, amid profound Galaxies ―
At that grand “Right hand”!
(출처: 에밀리 디킨슨 지음, 『나의 꽃은 가깝고 낯설다』, 박혜란 고르고 옮김, 파시클, 2020, 58쪽)
어리석은 자들이 그 존재들을 “꽃”이라고 부르면
에밀리 디킨슨 지음
필자 옮김
어리석은 자들이 그 존재들을 “꽃”이라고 부르면 ―
현명한 자들이 가르쳐 주어야만 하는가?
학자들이 그것들을 “분류하면”
오히려 다행스러울 것이지!
“요한계시록”을 읽은 자들은
흐려진 눈으로,
같은 판본을 읽은 자들을 ―
비판해서는 안 된다!
과연 우리는 “가나안”이 거부해버린 ―
그 나이 든 “모세”의 편에 서면서 ―
다른 한 편에서 위풍당당한 풍경을
그처럼 눈여겨볼 수 있는가 ―
틀림없이 우리는 남아 돌 정도로
수많은 학문이,
학구적인 천국에 있는 박식한 천사에게는
추구되지 않으리라고 여겨야 한다!
그 거대한 “오른손”의
심오한 우주에 둘러싸인 ―
별들이, 우리가 기쁜 순수문학에 둘러싸여
서도록 낮은 목소리로 인정하네!
이제 이 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영어 어휘들은 무엇일까?
1연에서는 the foolish, savant, classify, just as well이다. 먼저 the foolish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the 바로 앞에 rich, poor, wise와 같은 형용사가 붙어 만들어진 복수 표현이다. 이와 대비를 이루는 사람들이 savant인데, 학자/석학이다. 여기서는 ‘the Savants’로 쓰였다. 화자는 그 ‘석학들(the savants)’이, 어리석은 사람들이 꽃이라고 부르는 존재를 분류한다면 어떨까 하고 가정하는데, 여기서 동사 classify가 쓰였다. 이 단어는 등급, 계급 등을 뜻하는 단어 ‘class’에 접미사 ‘-ify’가 붙어서 만들어진 것이다. 화자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 지혜로운 학자들이 구분을 지으니 just as well, 즉 오히려 다행스럽다고 한다.
2연(원문 기준)에서는 the “Revelations”, criticize, those who, Edition, beclouded eyes가 가장 중요한 표현이다. The Revelations는 에페소스, 필라델피아 등의 소아시아 일곱 교회를 대상으로 하여, 예수님의 재림과 종말, 회복, 새 창조 등을 상징적으로 다루었다는 개신교 성경의 마지막 권인 ‘요한계시록’이다. 요한계시록을 읽는 일반 독자들이 666 같은 개념들을 문자적으로 읽기 쉬우므로 이미 그 내용에 익숙해진 기독교인들은 겸손하게 그들을 이해하기 어려워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같은 판본을 읽은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비판하기 쉽다. 이 시에서는 그 태도가 ‘criticize those who read the same Edition’이라는 어휘로 표현되었다. 여기서 those who는 ‘…인/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edition은 원본(原本)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로마 가톨릭 신부들이 라틴어로, 마르틴 루터, 장 칼뱅, 윌리엄 틴들 등의 종교개혁자들이 각자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 등으로 옮긴 것을 가리킨다. 그렇게 대중화된 역본(譯本)에는 독자의 모국어로 성경의 말씀을 쉽게 읽어낼 수 있다는 의의가 있지만, 옮긴이가 살아가던 시대와 공간에서 통용되던 주관도 반영된다는 한계도 발생한다. 이런 면에서 beclouded eyes를 이해하면 된다. Becloud는 구름이 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발상으로 인해 ‘…을 흐리게 하다’라는 뜻을 지니게 되는데, 여기서는 eyes를 꾸며주는 과거분사로 쓰였다. 이 표현들을 활용함으로써 시인은 ‘나의 주관’으로 다른 사람들이 말씀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관해 ‘검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3연(원문 기준)에서는 stand with that Old “Moses”, “Canaan”, scan the stately landscape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stand with는 ‘…와 함께 서다’라고 직역할 수 있는데, 누군가를 지지하거나 말하는 사람 자신을 그와 일치시하는 상황에서 쓰인다. 여기서 화자는 지지할 수 있는 인물의 예로 이집트 탈출(출애굽)과 광야에서의 야영 생활을 이끈 리더, 나이 든 모세를 예로 든다. 그가 히브리 백성들을 이끌고 향하고자 한 곳은 어디였을까? 바로 “Canaan”, 즉 고대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이 주신 약속의 땅’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지역이었다. 그런데 이 가나안이 모세를 거부하였다고 한다. 그 원인은 바로 하나님의 지시대로 백성들을 이끌어야 할 위치에 있었음에도 당장 마음 속 끓는 분노를 이기지 못했다는 데 있다. 광야 생활 중에 백성들이 목마르다고 불평하자 모세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바위를 내리친다. 그 바람에 젊은 여호수아, 갈렙과 달리 가나안 지역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 화자는 모세가 보는 것처럼 독자에게 장엄한 경관을 눈여겨볼 수 있냐고 물어본다. 이러한 행동을 나타내는 어휘가 바로 scan the stately landscape이다.
4연(원문 기준)에서는 doubtless, ‘deem superfluous many Sciences, not pursued’, scholastic skies라는 표현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doubtless는 ‘의심할 바 없이’라는 의미의 부사로, 바로 다음에 구 단위로 설명할 ‘deem’과 의미가 연결된다. 그리고 ‘deem superfluous many Sciences, not pursued’을 분석해 보면 한 가지 동사 문형과 세 가지 어휘들을 찾아낼 수 있다. 전자는 ‘deem+O(목적어)+(to be) C(보어)’로, ‘~을 ~라고 간주하다/여기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문형이 4연 1-3행(원문 기준)에 걸쳐 있는데, ‘superfluous many Sciences,’가 목적어에, to be가 생략된 ‘not pursued’가 보어에 해당한다. 후자 중 한 가지는 superfluous로, 곧이어 나올 ‘many’와 같은 품사이며 ‘필요 이상의’라는 뜻이 있다. 참고로 superfluous는 대상의 주관적인 상태를, many는 객관적인 상태를 나타낸다. 다른 한 가지는 두 형용사가 꾸며주는 대상, science이다. 이 science는 일반적으로 ‘과학’으로 보기 쉽다. 그러나 학문의 세계에서는 자연 쪽 뿐 아니라 인문학, 사회학도 ‘과학’으로 분류한다. 그러므로 이 단어는 ‘학문’이라는 포괄적인 뜻을 가진 어휘이다. 나머지는 pursue로 ‘…을 추구하다/좇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동사는 앞서 소개한 science를 부정적으로 수식하는 과거분사 수동태(not pursued)로 활용되었다.
필요 이상이며 수많은 학문을 추구할 필요가 없는 자는 누구일까? 여기서 화자는 ‘learned Angels in scholastic skies’를 언급한다. Learned Angels는 어떤 존재일까? 형용사 ‘learned’는 학자를 가리키는 ‘learned person’에서처럼 ‘박식한’이라는 뜻을 가지므로, 세상이 모르는 지식을 갖춘 존재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있는 곳이 ‘scholastic skies’라고 한다. 이 시를 쓴 에밀리 디킨슨은 메사추세츠 주의 청교도 문화에 자라온 인물이어서 ‘하늘에 지혜가 가득하다’는 생각을 삶의 중심에 두는 데 익숙하였다. 게다가 scholastic이라는 어휘는 로마 가톨릭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 시대 이후의 ‘스콜라 철학’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scholastic skies는 사람의 지능으로 파헤치기 힘든 지혜를 기반으로 한 ‘학구적인 천국’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 5연(원문 기준)에서는 low(부사), amid that belles lettres, grant that, profound Galaxies, the grand “Right hands”이다.
Low는 보통 ‘(위치상) 낮은’이라는 의미의 형용사로 이용되지만, ‘(목소리가/음성이) 낮게’라는 부사로도 쓰인다. 그리고 amid that belles lettres의 amid는 ‘…에 둘러싸인 상태’를 나타내는 전치사이고, 순수문학이라고 해석되는 belles lettres는 ‘아름다운 문학’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어휘다. Grant that에서 grant는 상황에 따라 ‘주다’, ‘동의하다’, ‘승낙하다’, ‘인정하다’ 등으로 해석될 수 있는 동사인데, 여기서는 ‘우리’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의미로 쓰였다. 이러한 동사 Grant와 연결되는 주어와 보어가 바로 각각 5연 3행과 1행(원문 기준)에 적힌 Stars와 Low이며, 도치되기 전의 ‘S(주어)+V(동사)+C(보어)’ 문형으로 보면 ‘Stars grant low.’라는 문장이 나온다. 다시 말해, 별들이 낮고 부드럽게 속삭이며 우리에게 뭔가를 보장하는 이미지가 그려질 것이다.
이 별들은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Amid profound Galaxies’, 즉 심오한 우주 한가운데다. 여기서 profound는 라틴어인 pro(앞으로)와 fundus(바닥)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영단어다. 바닥으로 눈과 귀가 향한다는 것은 더 자세히 확인하면서 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로 여기서 ‘심오한’, ‘해박한’이라는 의미가 나온 것이 아닐까? 그리고 우주(galaxy)도 요하네스 케플러, 에드윈 허블 같은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깊은 연구를 해도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요소들이 남아있으니까 이런 형용사가 붙은 것이 아닐까? 이러한 공간을 초월한 우주가 the grand “Right hands”의 주관으로 움직인다고 화자는 계속 묘사한다. 여기서의 “Right hands”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오른손’이라기보다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에제르(히브리어)’, 즉 하나님에게서 오는 도움을 의미하는 표현이다(ex. 출애굽기 15장, 시편 118편, 이사야 41장 등). 결국 화자는 초월적인 존재가 우주를 주관하고 그 공간에서 순수문학과 같은 예술이 탄생함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이 시를 통해 에밀리 디킨슨이 어떻게 학문에 관해 생각하는가를 알 수 있을까? 시인은 일반인들이 그냥 ‘꽃’이라며 넘기기 쉬운 존재들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보고(1연), 우리가 공부하는 개념들을 다른 사람들이 잘 이해하기 힘들어한다고 흐려진 눈으로(주관적으로) 비난하지 말고(2연), 후배들이 연구를 더 다양한 시각에서 할 수 있도록 하고(3연), 이 땅에 생겨나는 너무 많은 지식에 욕심 부리지(독점하려고 하지) 않는 것(4연)이 학문에 대한 태도라고 보는 것 같다. 또한 지식의 세계에 둘러싸이는 경험이 기쁜 일인 건 초월적인 존재의 도움에서 비롯함이라고(5연) 고백하는 것 같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 중 티스토리에서 첫 번째로 소개하는 이 작품은 영어 어휘와 그 뜻만 찾으면 내용을 바로 이해하기 곤란함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2연의 ‘same Edition’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edition이 어떻게 ‘원본’이 아닌 ‘역본’인지에 관한 배경지식도 필요하고, 5연의 ‘Right hands’를 이해할 때 오른손에 전능함, 도움 등의 의미를 부여한 문화적인 맥락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시인이 이 작품에서 요한계시록과 가나안 입성을 거부당한 모세, 학구적인 천국, 오른손 등을 언급했다는 점은 어째서인지도 감상을 하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통해 찾을 수 있는 영어 어휘들 - (3) (0) | 2022.04.21 |
---|---|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통해 찾을 수 있는 영어 어휘들 - (2) (0) | 2022.04.01 |
지역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 아르테미스 여신 (0) | 2022.01.26 |
에즈라 파운드의 시 「나무」의 원제가 ‘A Girl’인 이유 (0) | 2022.01.12 |
가족을 통해 보는 이성(異性)에 대한 욕구의 유래 (0) | 2021.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