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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라 파운드의 시 「나무」의 원제가 ‘A Girl’인 이유

인문학

by Woolf 2022. 1. 1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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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미국의 시인인 에즈라 파운드가 쓴 시 중 가장 잘 알려진, 짧은 한 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나무이다. 그런데 그 시의 원제를 보면 ‘A Tree’가 아니라 A Girl이라고 한다. 왜 이렇게 제목이 붙었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폴론과 다프네의 신화도 알아야 한다.

 

 

A Girl

By Ezra Pound

 

  The tree has entered my hands,

  The sap has ascended my arms,

  The tree has grown in my breast

  Downward,

  The branches grow out of me, like arms.

 

  Tree you are,

  Moss you are,

  You are violets with wind above them,

  A childso highyou are,

  An all this is folly to the world.

 

(출처: 진용우 지음, 20세기 영미시와 실용 영어교육, 신아사, 2016, p.254)

 

나무

에즈라 파운드 지음

필자 옮김

 

  그 나무가 내 손에 들어오니

  그 수액이 내 팔을 거슬러 흐르고

  그 나무가 내 마음 속에 자랐네

  아래를 향하여

  나뭇가지는 내 팔처럼, 나로부터 성장해가네.

 

  그대는 나무요,

  그대는 이끼요,

  그대는 위에서 부는 바람과 함께하는 제비꽃이오.

  또 그대는 매우 고고한 아이구려,

  이 모든 것은 세상으로의 어리석음이구려.

 

  화자는 나무 한 그루를 자신의 손과 팔, 마음과 가까이한다. 그렇게 자신의 몸과 밀착시키면서 나무도 인간처럼 자라는 존재임을 확인한다. 또한 그것을 이끼, 제비꽃, 고고한 아이 등으로도 비유하면서 그 나무가 마주한 현실이 세상으로 향하는 모든 어리석음’으로 가득함을 보게 된다.

 

  이제 이 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중요한 영어 표현들을 살펴보자.

 

  1연에서는 sap, ascend, downward, grow out of, 이 네 가지의 어휘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우선 sap은 수액(樹液), 즉 식물에서 나오는 액체나 즙을 가리킨다. 남아메리카의 넓은 열대우림인 아마조니아에서 자라나는 나무들 중에서 이러한 수액이 나오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껌이나 고무 같은 원료가 그 대표적인 물질이다. 다음으로 ascend오르다, 올라가다라는 의미를 지닌 동사이다. 보통 수액과 같은 액체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그런데 여기서는 거꾸로 흘러가는모습으로 묘사된다. 셋째, ‘downward’는 향하는 곳이 아래쪽이라는 의미로, 형용사 아래의’, 부사 아래로라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서는 아래로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 방향으로 화자로부터 나뭇가지들이 성장하는데, 그 상태를 ‘grow out of me’라는 동사로 표현하였다. ‘grow out of...’는 여기서처럼 로부터 성장하다라고 이해할 수 있거나, ‘을 극복하다등의 다른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2연에서는 문장의 도치 뿐 아니라, moss, violet, folly라는 이 세 가지의 표현에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먼저 2연의 ‘Tree you are(1), Moss you are(2), ... A child... you are(4)’이라는 표현은 본래 ‘You are tree, you are moss, ... you are a child...’ 등으로 쓴 것의 순서가 변형된 것이다. , 보어인 Tree, moss, child가 주어와 동사 앞으로 도치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시인은 그대와 나무의 관련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 보어 중 하나인 moss는 이끼를 가리키는데, 바위, 나무껍질, 그리고 습기가 많은 환경에서 자라는 녹색 식물이다. 세 번째로 violet은 무지개의 마지막 색(무지개의 색은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이다. 이에 해당하는 영어 어휘는 각기 red, orange, yellow, green, blue, indigo, violet이다)인 보라색을 뜻하는 어휘인데, 여기서는 그러한 빛을 띠는 꽃인 제비꽃을 가리킨다. 시인은 관찰 대상을 불어오는 바람과 같은 위치에 있는 제비꽃으로도 비유한다. 마지막으로 folly어리석음과 관련한 표현이다. 이것은 시인이 나무와 동일시할 뿐 아니라 고고한 아이로도 비유한 관찰 대상과 세상 만물을 대조하기 위해 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의 대표 저서인 우신예찬의 영문판 제목 The Praise of Folly에서도 이 단어를 찾아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어리석은 신이라고 해석된다.

 

  이러한 중요한 표현들을 찾을 수 있는 이 작품의 원제가 어떻게 A Girl인 것일까? 그것은 시인 에즈라 파운드가 어떤 콘텐츠에서 영향을 받았는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그 모티프는 바로 아폴론과 다프네의 신화라고 한다. 숲의 님페인 다프네가 태양과 예술을 주관하는 신인 아폴론(동생은 달과 사냥을 주관하는 신 아르테미스이다)에게 쫓겼던 이야기이다. 아폴론은 누구의 화살이 더 위대한가를 두고 어린 에로스와 다툰다. 거대한 뱀 피톤을 죽였던 화살로 자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사랑을 주관한 에로스는 이에 지기 싫어 아폴론과 다프네에게 완전히 다른 성향의 화살을 쏜다. 아폴론은 사랑의 화살을, 다프네는 회의, 부담감의 화살을 맞은 것이다. 그때까지 다프네는 여성으로 위장하여 구애하고자 했지만 목욕을 쉽게 하지 못해 꼬투리가 잡힌 레우키포스와 접점이 있었다. 그런 끔찍한 순간을 겪은 기억이 있는 그녀는 이번에는 오늘의 스토킹과 같은 위협을 느껴 아폴론을 피해 도망간다. 한참을 쫓기다가 아빠인 강의 신에게 호소하자 온몸이 나무로 변한다. 그런데 평범한 종이 아닌 월계수이다. 다프네가 변한 월계수의 잎은 아폴론 이후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이 쓰는 면류관의 재료가 된다.

 

 

  에즈라 파운드가 쓴 시 나무는 나무가 묘사되는 이미지를 잘 생각하며 시의 의미를 파악해야 하고, ascend(오르다, 올라가다, 거꾸로 흐르다), downward(아래로), grow out of(로부터 성장하다), folly(어리석음) 등과 같은 어휘가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었는가도 확인하면서 탐구해야 한다. 그리고 아폴론에게 쫓기다가 나무가 된 다프네의 이야기도 이 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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