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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 아르테미스 여신

인문학

by Woolf 2022. 1. 26.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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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올림포스 12인 아르테미스는 달을 상징하고, 사냥을 돕는 신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또한 그녀는 순결비혼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런데 성경에서 1세기 C.E.(C.E.는 예수의 탄생을 기준으로 한 A.D.에 해당한다)에 지중해 지역에서 선교한 사도 바울이 본 것은 그 캐릭터와는 다르다. 아래의 내용을 통해 이 아르테미스의 의미가 지역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자.

 

 

  순결은 결혼하기 전에 이성 간에 성적인 관계를 맺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지켜야 할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한 실천을 정조라고 한다. 이러한 개념과 관련이 있는 신이 바로 아르테미스인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 순결을 상징할 수 있도록 기여한 두 인물이 있는데, 그들이 악타이온과 칼리스토이다.

 

  먼저 악타이온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면에서 아르테미스가 순결을 상징함을 알 수 있을까? 고대 그리스의 도시 테베의 왕족인 악타이온은 동료들과 사냥을 하다가 낯선 동굴을 발견한다. 그곳은 아르테미스와 님프들의 전용 목욕탕(우리나라 전래동화로 치면 선녀와 나무꾼의 선녀들이 목욕하던 폭포)이다. 악타이온은 그 동굴에 모르고 들어갔다가 아르테미스와 눈이 마주친다. 즉시 사과하거나 도망쳤으면 신의 진노를 덜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목욕 장면을 빤히 훔쳐보았고 이에 분노한 그녀는 물을 끼얹는다. 물벼락을 맞은 그는 사슴으로 변해 한창을 도망치던 중에 자신의 사냥개에게 물려 죽는다. 이 이야기는 그 당시를 비롯한 전근대에서 여성이 목욕하는 모습을 남성에게 보이는 것만으로도 순수함을 잃었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로 인한 두려움을 아르테미스의 잔인한 처벌과 같은 초월적인 힘으로 극복하길 바랐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다음으로, 칼리스토를 통해 알 수 있는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의 유래는 아르테미스의 순결 지향적인 설정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뜻의 헬라어(고대 그리스어)에서 이름을 따온 칼리스토는 아르테미스를 따라 독신으로 살아가겠노라는 신념을 가졌다. 그러나 그녀의 뒤를 따라다니던 남신들 중에는 제우스도 있었는데, 딸인 아르테미스로 위장한 그에 의해 칼리스토는 평생 지우지도 못할 상처를 입게 된다. 이로 인해 임신을 하게 되자 제우스에게 거역할 수 없는 위치에 놓인 아르테미스에게 버림받는다. 멀리 쫓겨난 그녀는 동굴에서 아들 아르카스를 낳는다. 그러나 아들을 키우는 도중에 모든 사건의 원인인 제우스의 정실부인, 헤라에게 찍혀 곰으로 변하고 만다. 다른 가정으로 입양된 아르카스는 어른이 된 후 친어머니인 칼리스토와 마주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니 활을 겨누게 된다. 이를 지켜보며 야단났다 싶은 제우스는 칼리스토와 아르카스를 하늘로 올려 별자리로 환생시킨다. 다만 헤라가 포세이돈과 손을 쓰는 바람에 그 모자(母子)는 그 신의 화가 풀리기 전까지 북쪽의 하늘만 맴돌게 된다. 이것은 아르테미스가 독신을 상징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이지만, 주인공인 칼리스토가 그것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녀를 보호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르테미스에 대한 비판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바울이 보았다던 아데미 신상은 위 두 서사에서 살펴본 아르테미스와는 같은 캐릭터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조각상은 에페소스(에베소)에서 독창적으로 만들어낸 캐릭터이다.

 

  이 아데미 신상은 위에서 본 아르테미스의 성격과 완전히 다르다. 고대 서아시아, 소아시아, 유럽에서는 농사를 지을 일손이 더 필요했기에 아이를 더 낳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선사 시대 유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인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아프로디테)와 같은 조각상을 만들면서 다산(多産)을 기원하기 위해 유방의 크기를 더 과장하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아르테미스 신상도 몸통에 그 부위가 가득한 것으로 묘사된 것이다. 그렇게 에페소스 시민들은 아르테미스를 그들이 갖고 있던 토착 신앙의 신과 결합하여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여신으로 바꾸었다.

 

  에페소스는 6세기(B.C.E.)에 아르테미스 신전을 세우면서 그녀에 관한 신앙심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스파르타, 페르시아 제국 등의 외세의 침입을 받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이집트, 페르시아 제국 등의 지중해 세계 정복으로 헬레니즘 제국의 한 지역으로 편입되며 아르테미스의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원래 그리스 신화대로면 시민들이 다산을 두고 빌어야 할 신은 아프로디테지만, 이상하게도 그 역할이 아르테미스에게 부여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헤브라이즘(고대 이스라엘)과 헬레니즘(고대 그리스) 문화에 능통했던 한 유대 중년 남성의 한 마디에 도시는 쑥대밭이 되어버린다. ‘여러분, 사람이 만든 건 신이 아니에요. 그런데 왜들 그런 걸 섬기세요?’ 헬라어식 이름으로 바울(히브리어식 이름으로 사울)인 이 중년 남성의 이 말에 격노한 장인이자 사업가인 데메트리오스가 동료를 이끌고 바울 일행(가이오스와 아리스타르코스)을 끌고 가 소송을 걸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 나선 한 서기관이 극장에서 이 사람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렇게 재판에 세우려고 하십니까?’라고 연설하는 바람에 데메트리오스는 실패하고 만다. 이 사건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바울과 함께 여행을 떠난 누가의 사도행전 19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르테미스는 본래 순결을 상징하는 신이다. 물론 칼리스토와 같이 그것을 지킬 수 없게 된 여성들을 끝까지 지키지 않았다는 점은 비판해야겠지만, 오늘날 결혼하기 전이든 그 후든 상대방에게(특히 여성들에게) 몸을 함부로 놀려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아야 할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르테미스가 성서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온 것은 지중해 세계의 여러 지역 간의 교류로 인한 것임을 기억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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