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필자가 2~3회에 걸쳐 작성하는 이 글들은 해당 작품들을 한 번 정도로만 완독해 놓고 쓴 것임으로 양해를 구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책도 읽고 오디오북도 듣고 영화도 보려고 하겠습니다.
현재 영문학은 대학에서 영어학과 함께 ‘영어영문학과’라는 이름의 한 학과로 묶여 있다. 그런데 이 학과가 ‘언어학’과 ‘문학’의 일종을 보여 준다기보다는 ‘영어를 익히는’ 곳으로 일반인들에게 인식되어있기 때문에, 영문학은 영어 4대 기능(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중 ‘읽기(독해)’를 위한 소재로 다루어진다. 하지만 영문학은 엄연한 인문학의 일종이다. 단순히 어휘나 구문을 잘 학습하고, 영문으로 이루어진 문장들을 해석만 잘 한다고 해서 읽어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 작품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 하는 바를 파악하기 위해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시대적인/공간적인 배경과 역사, 문화, 사상 등의 요소까지 볼 줄 아는 것이다. 결국 A라는 한 작품을 깊이 있게 읽어내기 위해 B, C 등의 다른 소재들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 이상 작품을 깊이 있게 읽어내려고 하는 독자들(그러한 열심이 있는)을 위해 아래의 몇 가지 영미문학 작품으로 배경지식을 깊이 알아보려고 한다.
1)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
우선 주인공 자매 중 둘째인 조 마치가 1부에서 인생의 지침서로 삼았던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에 대한 이해가 주로 필요하다.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이 가족과 함께 즐겨 읽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천로역정』은 남성 주인공인 크리스천이 무거운 배낭(짐)을 멘 상태로 순례 길에 오르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 뒤를 여성 주인공인 크리스티나가 따라간다는 이야기이다. 존 버니언이 이 작품을 쓰게 된, 영국에서 벌어진 역사적인 상황도 탐구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어떤 태도로 신앙에 임해야 하는가를 보여 주려고 하였는지에 관한 문제의식도 가져보아야 한다. 게다가 크리스천인 경우, 이 소설을 기반으로 꾸며진, 어린 시절 대개 교회 주일학교에서 해 본 ‘천로역정 놀이’도 생각해 보면 1부 1장의 제목의 의미도 어렵지 않게 파악할 것이다.
1부의 배경이 남북 전쟁 시기인데, 그것이 일어난 과정도 알아야 한다. 19세기 미국은 1803년 프랑스와의 거래로 ‘루이지애나’라는 중서부 지역을 얻어내고, 당시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이루어낸 멕시코에 속했던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등의 주들을 1846~1848년의 전쟁으로 빼앗고, 골드러시로 부유해지고 싶은 시민들의 욕구를 자극하면서 서부 개척사를 전개한다. 그렇게 미국의 영토로 편입된 지역들은 1857년 노예의 시민권이 보장되지 못하게 한 미주리 협정이 잘못되었음을 선언하는 ‘드레드 스콧 판결’을 기점으로 남부(노예주 11곳)와 북부(자유주 11곳)로 나뉘게 된다(이 사건과 관련된 흐름은 코닐리아 메그스 지음, 김소연 옮김, 『고집쟁이 작가 루이자』 , 윌북, 2020, p. 64을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남부는 흑인 노예들의 노동력을 동원해서 목화 산업을 발달시켰고, 북부는 백인이든 흑인이든 할 것 없이 ‘근로자’들을 고용하여 중공업을 발전시켰다. 두 산업 모두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결국 남북 전쟁이 벌어지게 된다. 20세기 이전의 어느 전쟁이 그렇듯이 미국 남북 전쟁에도 성인 남성들 위주로만 참여하였다보니 조는 1부 초반에 아버지와 함께 군사로 전쟁에 참여하지 못함을 아쉬워한다.
네 명의 자매가 어머니께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인 성경이 주는 메시지에 관한 배경지식도 필요하다. 성경은 그리스-로마 신화와 고대 그리스-로마 철학자들의 저서들과 함께 서양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고전이다. 그러다 보니 음악이나 미술, 문학 등의 예술들 중에는 성경에서 힌트를 얻지 않은 것들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조의 아버지가 목사이다 보니 당시 기독교 문화에 관한 이해도 필요하다. 조와 자매들이 가졌던 신앙은 프랑스 출신으로 스위스에서 주로 활동한 개혁자이자 『기독교 강요』의 저자인 장 칼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에게서 영향을 받은 존 녹스와 같은 후배 신학자들을 통해, 엘리자베스 1세 시기부터 ‘성공회’가 성장하던 영국으로 전해진 신교의 체계가 ‘청교도’로 발전한 것이다.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도 이 분위기에서 창작되었다. 청교도들은 지금의 미국 동부로 이동하기도 하며, 올리버 크롬웰을 선두로 하여 첫 번째 시민혁명을 일으키기도 하였다(두 번째는 영국의 명예혁명, 세 번째는 미국 독립전쟁, 네 번째는 프랑스 시민혁명이다.). 미국의 청교도 신앙은 보스턴의 백인 남성들을 중심으로 성장하였고, 하버드 대학교가 세워지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가 전투 중에 부상당한 아버지의 치료비를 보태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른다. 이런 행위를 통해 그 당시 서양에서 여성의 머리카락은 어떤 의미를 가졌는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작가 루이자의 가족이 청교도와 같은 기독교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 예를 들어, 성경에서 바울이 쓴 고린도전서를 보면 ‘긴 머리를 가리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를 통해 서양의 교회와 사회가 여성들에게 헤어스타일과 관련하여 얼마나 많은 제약을 걸었을 것이라고 비추어 볼 수 있다. 루이자와 같은 한 세기에 활동한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 의 메기도 남편 짐의 선물을 사기 위해 귀한 긴 머리카락을 잘라 파는 행적을 보인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도 이러한 보편성이 존재하는가를 따져 보아야 한다. 고려 시대의 야사 중에서도 아내가 근무 중에 도시락을 싸 가서 먹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돈을 마련하는 이야기도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사례를 통해 보자면, 조는 ‘여성을 여성답게 하는 아름다운 요소(코르셋과 같은)’라고 남들이 말하는 긴 머리를 다른 사람들을 위해 포기한 셈이다.
2부에서 에이미가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와 관련 대목을 읽으면서 19세기 당시 유럽에서는 어떤 문화가 발달하고 있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특히 에이미가 관심이 있었던 분야는 바로 미술이었다. 이 시기의 미술을 주도한 사조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키오스 섬의 대학살」, 「알제리의 여인들」 등을 그린 외젠 들라크루아를 중심으로 발전한 낭만주의였다.
조가 바에르 교수를 만나는 지역인 뉴욕이 지금과는 얼마나 달랐을지도 상상해야 보아야 한다. 본래 뉴욕은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이름을 딴 ‘뉴암스테르담’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이후 영국의 제임스 2세로 등극한 요크 공작에 의해 정복되어 영국의 식민지로 편입된다. 1776년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이 영국에서 독립하겠다고 선언하고, 1780년대에 미국이 독립 국가로 인정받고, 19세기 초에 워싱턴 D.C.로 수도가 옮겨지면서 뉴욕은 경제와 문화에 집중하는 도시로 성장하였다. 여기까지가 『작은 아씨들 2부』의 시간적 배경에 가까운 시기이다. 그런데 이것이 출간된 17년 후인 1886년에 미국은 프랑스에 독립 100주년 기념으로 선물로 받은 자유의 여신상을 뉴욕의 마스코트로 자리 잡게 한다.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뉴욕 하면 떠오르는 브로드웨이나 타임스 스퀘어, 월 가, 센트럴 파크 등의 풍물들과 마천루들도 19세기 말과 20세기가 되어서야 등장한다. 사실상 조는 바에르 교수와 함께 인문학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지금 우리가 뉴욕을 방문하여 둘러보는 명소들을 둘러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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