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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필자가 2~3회에 걸쳐 작성하는 이 글들은 해당 작품들을 한 번 정도로만 완독해 놓고 쓴 것임으로 양해를 구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책도 읽고 오디오북도 듣고 영화도 보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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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국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대표작 『작은 아씨들』 시리즈를 읽으면서 주인공 ‘조’에게 더 많이 이입을 해 왔다. 실제로 조는 작가 자신의 삶에서 많은 설정들을 따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점들이 달라지는 21세기에는 그녀의 큰 동생인 ‘엘리자베스(이하 ‘베스’)’에게도 더 관심이 가야 한다.
우선, 베스가 누구인지 간단히 살펴보자. 그녀는 조의 큰 동생이자 에이미의 셋째 언니로, 조용한 성격을 지녔는데 낯선 사람이나 사건과 마주할 때 수줍은 표정을 지을 정도이다. 또한 성격이 서로 맞지 않은 조와 에이미를 중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소질이 있는데, 특히 피아노 연주에 뛰어나다. 게다가 성홍열에 걸리기도 하고 자매들 중 일찍 세상을 떠났는데, 이 점은 루이자 메이 올컷의 큰 동생이자 베스의 모델인 엘리자베스가 실제로 그렇게 죽었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베스에게 시선을 두면 좋은 이유 중 첫 번째는 그녀가 취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할 인물이라는 것이다. 취향은 단순히 개인이 다짐한다고 취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이며 경제적인 신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귀연 교수(경상국립대학교 인문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철학박사)는 『취향』(은행나무, 2021)의 46, 47쪽에서 사회학자 부르디외의 이론을 빌려 문화자본 세 가지를 언급하며 이러한 점을 명시한다. 부르디외가 말한 문화자본에는 1) 체득된 상태의 문화자본, 2) 물상화된 문화자본, 3) 제도적 문화자본이 있는데, 그 중 두 번째 경우가 필자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예로 피아노를 들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유럽의 부르주아 계급의 소녀들이 숙녀가 되기 위해,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의 신여성들이 교양을 향상시키기 위해 피아노를 배웠다고 한다(이 부분은 저자가 박혜성의 「한국 사회에서의 피아노의 문화적 의미: 예술적 취향에 내재한 계급성을 중심으로」, 《한국예술연구》 9호,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2014, 83쪽을 참조하며 작성하였다고 한다.). 이 두 시기의 여성들의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피아노 연주 실력은 여유가 충분한 삶이어야 체계적으로 배우며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9세기 미국의 소녀 베스는 어땠을까? 심귀연 교수가 당신의 저서에서 언급한 유럽의 부르주아 계급의 소녀와 신여성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환경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기 힘든 위치에 놓여 있었다. 1부 초반에 언니 조가 ‘선물이 없는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크리스마스라고 할 수 있겠냐.’며, 동생 에이미가 ‘다른 여자애들이 예쁜 걸 가지는데 우리는 왜 그런 걸 못 가지냐.’며 불평할 만큼, 다른 부유한 소녀들과 달리 값이 나가고 귀한 피아노를 장만할 수 없을 정도로 집안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과외를 받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너무 오래된 피아노로 연습을 해야 했으며, 이와 관련하여 가족들에게도 지원을 받을 수도 없었다.
△ 베스도 다른 자매들만큼이나 힘들 때가 있었다. 베스도 천사가 아니라, 인간이고 어린 여자아이이기 때문이다. 음악 레슨을 받을 수도 없고 좋은 피아노를 가질 수도 없는 처지라, 조의 말처럼 종종 ‘조그맣게 훌쩍이며’ 울곤 했다. 베스는 음악을 무척 사랑했고 열심히 배우려 노력했다. 덜컥거리는 낡은 피아노로 어찌나 끈기 있게 연습을 하는지, (마치 대고모는 눈치를 못 챘지만) 누구든 베스의 그런 모습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만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베스가 혼자 있을 때 음정이 맞지 않는 누런 피아노 건반에 눈물을 떨어뜨렸다가 조용히 닦는 모습을 본 사람도 없었다. 베스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작은 종달새처럼 노래를 불렀고, 어머니와 자매들을 위해 지치지도 않고 피아노 연주를 해주었으며, 매일 스스로에게 “나만 잘하면 언젠가는 내 음악을 하게 될 거야”라고 희망을 불어넣었다. (루이자 메이 올컷, 『작은 아씨들』, 공보경 옮김, 윌북, 2019, p.90)
그러다가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언니 조가 옆집의 시어도어 로런스(이하 ‘로리’)와 그 할아버지(로런스 씨)를 만난 후로 ‘그 문화자본’을 원 없이 누릴 기회를 잡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옆집에 들어갈 엄두도 못 내고 로런스 씨를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용기를 내어 다음과 같이 그곳의 그랜드 피아노를 당장이라도 치고 싶다는 마음을 고백한다.
△ “전 베스예요. 음악을 무척 좋아해요. 아무도 제 피아노 소리를 듣지 않고 아무에게도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가서 치고 싶어요.” 베스는 무례하게 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레 말하면서도, 자기 입에서 나오는 대담한 말에 놀라 몸을 떨었다. (같은 서적, p.129)
이렇게 작은 목소리를 낸 베스는 로런스 씨와 그 손자의 도움으로, 매일 매일 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않으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축복을 누린다. 그리고 그것에 보답을 하려고 로런스 씨를 위한 슬리퍼를 짜는데, 마침 그의 죽은 손녀가 아꼈다는 그랜드 피아노를 선물로 받아 자신의 집에서 마음껏 연주하게 된다. 이렇게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선물을 사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던 마치 집안에서 살아왔는데, 로리와 로런스 씨의 후원으로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도 하고 그에 대한 소질도 아깝지 않게 발휘하게 된 것이다.
* ‘21세기에 우리가 『작은 아씨들』의 베스에게 관심을 가지면 좋은 이유’라는 제목의 글은 두 번에 걸쳐 올라올 예정입니다. 이번 주 첫 번째 글에서 베스가 누구인지와 그녀가 취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할 인물이라는 점을 다루었습니다. 다음 주에 올라올 두 번째 글에서는 나머지 이유 두 가지, 즉 베스가 사회적인 문제인 질병에 대한 용기를 주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오늘날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도록 할 것인지 고민하게 할 인물이라는 점을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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