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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프레드 오웬에게 아브라함과 이삭은 어떤 의미였을까?

인문학

by Woolf 2021. 11. 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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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인 독자들은 아브라함과 그 아들인 이삭의 이야기를 잘 알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는 아빠인 아브라함이 이삭을 하나님께 제물로 바칠 뻔했다는 사건을 들 수 있다. 이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여러 장르의 작품이 나왔는데, 그 중에서 20세기 초에 전쟁으로 인한 혼란을 겪은 시인들 중 한 명인 윌프레드 오웬도 시를 한 편 남겼다. 그 시가 바로 나이 든 자와 젊은이에 관한 우화(The Parable of the Old Man and the Young)인데, 특이하게도 아들을 정말 바치는 걸로 나온다. 오웬은 이 결말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 것일까?

 

 

  먼저, 이번에 다룰 시 나이 든 자와 젊은이에 관한 우화의 주인공인 아브라함과 이삭 부자의 시험이야기를 간단히 짚는 것이 필요하다. 아브라함은 어린 이삭을 바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서 그를 모리아 산으로 데려간다. 그런 다음 번제단을 쌓아 번제물로 바치려고 했던 것이다. 이삭은 번제물로 쓰일 양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데, 곧바로 하나님의 뜻임을 알고 제단 위에서 마음을 굳힌다. 기독교인 독자들은 아마 믿음으로 시험을 감당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얻었을 것이다.

 

  그런데 윌프레드 오웬도 과연 그들처럼 똑같은 메시지를 얻었을까? 먼저, 나이 든 자와 젊은이의 우화의 원문부터 감상해 보자.

 

The Parable of the Old Man and the Young

By Wilfred Owen

 

  So Abram rose, and clave the wood, and went,

  And took the fire with him, and a knife.

  And as they sojourned both of them together,

  Isaac the first-born spake and said, My father,

  Behold the preparations, fire and iron,

  But where the lamb, for this burnt-offering?

  Then Abram bound the youth with belts and straps,

  And builded parapets and trenches there,

  And stretched forth the knife to slay his son,

  When lo! and Angel called him out of heaven,

  Saying, Lay not thy hand upon the lad,

  Neither do anything to him. Behold,

  A ram caught in a thicket by its horns,

  Offer the Ram of Pride instead of him.

  But the old man would not so, but slew his son,

  And half the seed of Europe, one by one.

 

(출처: 진용우 지음, 20세기 영미시와 실용 영어교육, 신아사, 2016, p.127-128)

 

나이 든 자와 젊은이에 관한 우화

윌프레드 오웬 지음

필자 옮김

 

  그리하여 아브람은 일어나서, 장작을 패어, 떠났네,

  그것도 불과 칼을 자신의 손에 쥐었네.

  그리고 그들이 둘이서 함께 체류할 때,

  첫째인 이삭이 말하여 이르되, 울 아빠,

  준비물을 눈여겨 봐, 불과 칼은 놓여 있는데,

  번제에 바칠 양은 어디에 있는 거야?

  그러자 아브람이 혁대와 견장으로 청년을 결박하고,

  거기에 흉벽을 세우고 참호를 파,

  아들을 죽이고자 칼을 뻗었네.

  그러자 보시오!’라며 천사가 하늘에서 그를 불러,

  말하기를, 그 젊은이를 해코지하지 마시오.

  그에게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되오. 봐요,

  양이 뿔 때문에 덤불에 걸려 있소.

  그 청년 대신 교만의 양을 바치도록 해요.

  그러나 나이 든 자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자기 아들은 물론,

  유럽의 자손 절반까지, 한 명씩 한 명씩 죽여 버렸다.

 

  이제 이 시를 통해 알 수 있는 중요한 표현들을 짚으면서 시인이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1~2‘So Abram rose, and clave the wood, and went, / And took the fire with him, and a knife.’에서는 ‘rose’‘clave the wood’가 어떤 의미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rose는 문어체에서 쓰이는 어휘인데, ‘해와 달 등이 떠오르다라는 뜻을 가진 rise의 과거형이다. 하나님께서 시험하신 순간이 다가오니 아브라함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곧이어 제단에 올릴 나무들을 준비한다. 이 상황에서 쓰인 어휘는 바로 ‘clave the wood’, ‘clave’는 무엇인가를 쪼개는 의미의 ‘cleave’의 과거형이다. 이것은 아주 오래 전에 쓰인 표현이다. 이 동사와 ‘the wood’를 종합하면 장작을 패었다는 의미가 된다.

 

  3~6‘And as they sojourned both of them together, / Isaac the first-born spake and said, My father, / Behold the preparations, fire and iron, / But where the lamb, for this burnt-offering?’에서는 밑줄이 그어진 다섯 가지 어휘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 먼저, ‘sojourned both of them together’는 창세기에서 둘이서 동행하다라는 뜻으로 옮겨진 표현이다. 여기서 sojourn‘~에 거류하다는 뜻이 담긴 동사인데, 지금처럼 등산로가 잘 가꾸어진 환경이 아니었을 때 아브라함과 이삭이 모리아 산에 힘겹게 올랐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다음으로, Isaac the first-born은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이삭이 아브라함의 첫째 아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먼저 태어난 건 이스마엘이나, 이삭과는 아빠만 같지 엄마는 다르다. 이삭 쪽은 아브라함과 결혼한 사라이고, 이스마엘 쪽은 아브라함과 주종 관계였던 하갈이다. 결국 여기서 말하는 첫째 아들’은 사라의 아들인 것이다. 아무튼 그가 말하는데, 이 시에서는 말했다는 표현으로 ‘spake’가 사용되었다. spake는 지금의 spoke(speak의 과거형)로 변하기 전의 형태로, 시적인 표현이다. 이삭은 뭐라고 말했을까? 제단을 보라는 것으로, 이 상황에 해당하는 단어는 behold the preparations이다. 여기서 behold눈여겨보다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삭이 아빠 아브라함에게 보라고 한 ‘the preparations’는 제단에 불을 붙일 장작과 그 위에 올릴 제물을 죽일 칼이다. 이 부자는 과연 무엇을 위해 제단과 장작, , 칼을 준비했을까? ‘burnt-offering’, 즉 구약 시대에 한 사람이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제사장과 같은 종교 지도자를 통해 진행한 의식인 번제를 위해서였다. 이삭이 이 번제에 쓰일 새끼 양을 찾고 있을까?

 

  7~9‘Then Abram bound the youth with belts and straps, / And builded parapets and trenches there, / And stretched forth the knife to slay his son, ~’에서는 밑줄 친 네 가지 어휘 중에서 어떤 표현을 눈여겨보아야 할까? 우선 ‘bound the youth with belts and straps’에서는 ‘bound’‘belt’, ‘strap’라는 단어가 있는데, 각기 을 묶다’, ‘혁대’, ‘견장이라는 뜻을 가졌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묶기 시작하는데, 밧줄을 이용하는 성서의 내용과는 달리 현대전()에 등장할 혁대와 견장을 이용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게다가 그는 ‘builded parapets and trenches’, 즉 번제와는 영 상관이 없을 짓도 하고 있다. 여기서 ‘parapet’‘trench’는 각기 흉벽과 참호를 가리킨다. 그런 기행을 저지른 뒤에 드디어 이삭을 제단 위에 희생시키려고 한다. 이때 쓰인 어휘는 ‘stretched forth the knife to slay his son’인데, 여기서 알아두면 좋은 표현은 ‘stretch forth’‘slay’, 각기 을 뻗다’, ‘(문어) 을 죽이다라는 뜻이 있다. 앞에서 혁대와 탄띠(belts and stapes), 흉벽과 참호(parapets and trenches)라는 표현이 나온 것으로 보아 이 시의 아브라함은 진심으로이삭을 죽이려는 것일까?

 

  10~14‘When lo! and Angel called him out of heaven, / Saying, Lay not thy hand upon the lad, / Neither do anything to him. Behold, / A ram caught in a thicket by its horns, / Offer the Ram of Pride instead of him.’에서 알아두면 좋은 어휘들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lo’보아라라는 의미로, look에 해당하는 표현이다. 이 말과 함께 등장한 천사는 ‘Lay not thy hand upon the lad’라고 하며 이삭의 목숨을 건지고자 한다. 이 말은 현대 영어로 옮기면 ‘Don’t lay your hand on(upon) the lad.’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lay a hand upon’에 손대다’, 그 동사와 연결되는 목적어인 ‘lad’는 사내, 청년을 뜻한다. 그러고는 이삭 대신 여호와께서 준비하신(여호와 이레) ‘ram’을 바치라고 한다. 그냥 ‘ram’이 아니라, ‘the Ram of Pride’이라고 강조하기까지 한다. 여기서 ramlamb과 발음만 비슷하지 환경 때문에 그 의미가 다른 존재이다. ram은 산에 사는 고양이인 과 같은 야생 양이며, lamb은 집고양이처럼 사람의 손에서 자란 길들여진 양을 가리킨다. 그래서인지 하나님의 보호와 관련된 예수님이 lamb으로 비유된다. 다시 말해, ram은 그의 구원에서 멀어진 존재를 가리키기에 교만으로 가득한 양(the Ram of pride)’으로 불렸던 것이다. 한 편, thicket은 덤불을 가리킨다. 이삭 대신 바쳐진 양은 뿔 때문에 이 덤불에 걸렸다.

 

  15~16‘But the old man would not so, but slew his son, / And half the seed of Europe, one by one.’에서는 ‘slew his son’‘half the seed of Europe’이라는 표현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slew his son’에서 ‘slew’는 앞서 본 slay의 과거형이다. 실제 성서에서 아브라함과 이삭은 위에서 언급된 천사의 지시대로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양을 바친다. 그러나 이 시의 아브라함은 결국 이삭을 죽이고야 말았다. 시인은 이 각색을 통해 어떤 목소리를 내길 원했을까? 그가 시를 창작했을 당시에는 1910년대 세계의 운명을 결정한 대규모 전쟁인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있었다. 유럽의 지도자들이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젊은이들이 청춘을 바쳐야 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하여 이것을 일으켰는데, 그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자 하였다. 참고로 이 전쟁은 데카르트 이후로 백인 남성만이 생각하는 존재이며 사회를 주관할 자질이 있다고 본 이성관에 한계가 있었음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한편, ‘half the seed of Europe’에서 ‘the seed’는 영어로 번역된 성서에서 쓰인 개념으로, 문맥상 인구를 뜻한다. 이 인구가 유럽에서 50%나 차지했다는 것은 남성과 여성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기서 전쟁에 휘말리기 쉬운 사람들은 젊은이들(대략 지금의 20-30대 정도)이므로 수많은 청년들이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는 점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시인은 바로 이런 현실을 실제 성서에서든 이 시에서든 죽을 위기에 처했던 이삭의 모습으로 비유하였던 것이다.

 

 

  윌프레드 오웬은 제1차 세계대전이 종전되는 바로 그 해(1918)에 사망한 전장시인중 한 명이다. 독점 자본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 제국주의 문제 등으로 시작된 그 전쟁은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생각보다 더 오래 끌렸다. 그래서 전쟁에 참여한 젊은이들의 모든 것에 회의감이 찾아올 때 오웬은 당시 사람들에게 익숙했던 성서 속 아브라함과 이삭 부자 이야기를 이 시의 소재로 삼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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