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교육에서의 세계 문학 학습 방향은? - (2) 감상의 폭이 다양해지고 넓어지는 방향으로

우리나라 공교육에서의 세계 문학 학습 방향은?
(1) 세계 문학이 다루어지기 힘든 이유 https://woolf29.tistory.com/10

우리나라 공교육에서의 세계 문학 학습 방향은? - (1) 세계 문학이 다루어지기 힘든 이유

 

   * 주의: 이 글은 한 번 정도라도 읽어본 작품들 몇 가지를 예로 들면서 작성한 것임으로 양해를 구합니다. 앞으로 이 글에서 다루어질 가치가 있는 다른 작품들도 더 열심히 완독하여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세계 문학은 어떠한 방향으로 다루어져야 할까? 앞 글에서 살펴보았던 ‘국어과’에 국한되지 않은, 독자적인 문학 수업을 통해 여러 학년 동안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이 펼쳐지고 다방면으로 탐구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쪽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우선 초등학교 3-6학년 시기에는 아동기를 보내는 학생들의 사고와 정서를 주로 키워주는 취지로 세계 문학 작품을 이용한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한국 문학을 포함한, 세계 문학사에 중요하게 여겨지는 대표적인 명작 작품들을 흥미와 호기심을 바탕으로 읽을 수 있게 한다. 또한 학생들이 이것들을 읽으면서 눈에 들어온 구절이나 내용을 중심으로 자신들과 그 주변의 관심사에 대해 생각해 본 것들도 이야기해 보거나 간단한 글쓰기로 표현하도록 코치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프랜시스 호지슨 베넷의 『소공녀』를 읽으면서 학생 A는 세라가 다락방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어려움이 닥쳤을 때 절망하지 말자’고 느꼈다고 발표할 수 있다. 반면, 학생 B는 같은 작품의 인도의 다이아몬드 광산에 관한 언급을 보면서 ‘모든 사람이 세라 같은 부자가 될까?’라는 의문이 든다는 글을 쓸 수 있다. 이것을 통해 학생들은 문학 속 여러 사건들과 인물들을 통해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한 삶을 간접적으로 접하는 즐거움을 얻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다음으로, 중학교에서는 동화나 만화처럼 읽기 쉽게 풀어쓴 형태가 아닌 작가가 작성한 그대로의 텍스트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은 이전까지 찰스와 메리 램 남매가 쓴 동화로 접해온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베니스의 상인」, 그리고 「햄릿」 등의 작품들을 희곡으로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리고 작품을 탐구하는 데 중요한 인물, 사건, 상징 등을 바탕으로 각기 자신만의 해석을 해 나갈 수 있다는 데 자신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 C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 조종사가 그린 그림들에 관한 이야기(조종사가 어린 왕자를 처음 만나게 되는 장면에 나옴)에 주목하여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과 상자 그림도 눈으로만 보면 삶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장치가 아닐까? 나와 달리 다른 사람들이 견디기 어려워하는 어떤 것에 생각하는 자세가 이 그림들을 볼 때와 같을까?’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런가 하면 학생 D는 장미꽃이 어린 왕자가 덮어주던 유리 덮개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고백하는 장면을 통해 ‘나도 다른 사람을 너무 지나치게 좋아한 나머지 그가 개인적으로 겪어보아야 할 경험에 간섭하려고 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작품의 원전 텍스트에 드러난 다양한 설정(장치) 중에서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하며 감상을 해낼 수 있다.

  세 번째는 중학교 과정에서 감상의 범위가 다른 지식이나 이론으로 확대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하는 고등학교 과정이다. 작품 하나를 선택하여 철학, 역사학, 심리학, 사회학, 미학 등 관심이 가는 학문 중 한 가지와 접목해 보고, 자본주의, 다문화주의, 페미니즘, 생태주의 등의 담론 중 한두 가지 적용해 보면서 입체적인 시선으로 감상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을 읽을 때, 학생 E는 1부에서 조와 자매들이 ‘천로역정 놀이’를 삶으로 실천하려는 내용을 통해 장 칼뱅으로부터 시작되는 청교도들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다. 학생 F는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인 미국 남북 전쟁이 그 시기를 살아가던 작가들에게 끼친 영향이 무엇이었는지에 관해서도 탐구해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학생 G는 조가 2부 내내 소설을 쓰고 또 쓰면서 가정의 경제적 형편을 극복하고, 돈을 버는 주체적인 자아를 형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담긴 여러 구절을 접하면서 자본주의와 페미니즘을 동시에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하나의 문학 작품이 다양한 학문이나 담론과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그것을 대입이나 다른 진로를 선택하는 데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영어과’ 진로 과목인 ‘영미문학 읽기’와 같은 현실이 이 고등학교 과정에서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과목의 장점은 교과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학교마다 다양한 원서 작품들을 읽으면서 영어권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점이 그 원서를 지정하는 권한이 교사에게 있으며 이 수업이 자칫 잘못하면 수능 영어 교재 진도를 보충하는 시간이 되어버리기 쉽다는 점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 이 주제를 다룬 글의 3편에서는 여러 학년을 거쳐서 세계 문학을 학습한 학생들이 대학에서 어떤 효과를 볼 수 있을지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공교육에서의 세계 문학 학습 방향은?
(3) 대학에서의 효과 https://woolf29.tistory.com/12

우리나라 공교육에서의 세계 문학 학습 방향은? - (3) 대학에서의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