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 번역/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제2장 전반부 (영한대역, PC 화면 기준)

Woolf 2022. 6. 27. 17:52

Chapter 2 The Pool of Tears

제2장 눈물바다

 

  “Curiouser and curiouser!” cried Alice / (she was so much surprised, / that for the moment she quite forgot / how to speak good English.); / “now I’m opening out / like the largest telescope that ever was! // Good-bye, feet!” // (for when she looked down at her feet, / they seemed to be almost out of sight, / they were getting so far off.)

  “점점 더 묘해지네!” 앨리스가 외쳤다. (너무 놀라서, 어떻게 하면 품격 있는 영어로 말할 수 있을지를 잠시 완전히 잊어버렸던 것이다.) “이제 난 가장 큰 망원경과 같이 더 쭉쭉 늘어난 거야! 잘 있어, 내 발들아!” (발들을 내려다보았을 때에, 그 부분은 사실상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하였고, 아주 멀리 떨어져있었다.)

 

curiouser and curiouser: 갈수록 신기한/신기해지는

for the moment: 잠시 / open out: 더 커지다

out of sight: 보이지 않는 곳에, 먼 곳에 / far off: 멀리 떨어진

 

  ⇒

  앨리스는 자신이 케이크를 먹고 좀 더 몸이 늘어난 데 놀란다. ‘영어’라는 말이 잠시 잘 나오지 못했을 정도로 놀랐다는 것이다. 여기서 영어는 주인공 앨리스와 작가 루이스 캐럴의 모국어다. 17-18세기부터 시민혁명, 산업혁명이 일어난 영국에서 정신적, 물질적 여유가 생긴 중산층이 등장하고, 제인 오스틴, 샬럿, 에밀리, 앤 브론테 자매, 찰스 디킨스, 토머스 하디 등의 소설가들이 활약한다. ‘옥스브리지(옥스퍼드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 20세기 전반에 『자기만의 방』의 저자 버지니아 울프가 만든 합성어)’를 중심으로 엘리트들의 품위를 지키는 데 필요했던 표준 발음(RP. Received Pronunciation)도 이때 만들어진다. 그리고 영국은 프랑스, 독일, 러시아, 미국, 일본처럼 제국주의 국가로서 아시아,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을 자본으로 집어삼켜 식민지로 전락시키거나, 영연방 소속 자치국으로 전환시키거나, 조계/거류지로 삼았다. 그러한 곳곳마다 민주주의, 인문학, 과학, 기독교 등의 근대 문물을 소개하기도 하며 현지인들이 영어를 학습하도록 하였는데, 인도와 같은 지역에서는 그것을 한 나라에 분포한 여러 민족들이 ‘국민’으로 통합할 수 있게 하는 도구로 삼는다. 그렇게 미국이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쳐 세계 패권을 쥐기 전까지는, 영국이 영어를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공용어로 자리 잡도록 하였던 것이다. 이 문단에서는 ‘how to speak good English’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표현으로 앨리스가 당시 ‘세계 중심이었던’ 영국의 숙녀로서 품격 있게 말하는 모범을 보여야 했을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지 않을까?

 

  ‘Oh, my poor little feet, / I wonder / who will put on your shoes and stocking / for you now, dears? // I’m sure I shan’t be able! // I shall be a great deal / too far off to trouble myself about you: / you must manage the best way you can; / ― but I must be kind to them,’ / thought Alice, / ‘or perhaps they won’t walk the way I want to go! // Let me see: // I’ll give them a new pair of boots every Christmas.’

  ‘아, 내 불쌍한 조그만 발들아, 누가 이제 너희에게 신발과 스타킹을 신겨 주려나? 난 확실히 못 하겠어! 너무 멀어져서 너희를 두고 염려하기 훨씬 더 어려워지지는 않을까…? 너희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살아내야만 한단다. 아니…, 그래도 내가 발들에 친절을 베풀어야만 하잖아. 안 그러면 아마도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걸어가지 않을 테니까. 어디 보자. 앞으로 매번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장화를 새로 한 켤레씩 선물해 줄까?’ 앨리스가 생각하였다.

 

I shan’t: I shall not의 줄임말. 싫다, 못 하겠다

a great deal: 많이, 훨씬 더

trouble oneself about: 으로 고민하다

the best way you can: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be kind to: 에게 친절하다, 를 불쌍히 여기다

 

  And she went on planning to herself / how she would manage it.

  그래서 어떻게 그 일을 기꺼이 할까 홀로 마음속으로 계속 구상하였다.

 

 

  이 문단에서 앨리스가 자신이 몸이 늘어나면 멀어질 발에 어떻게 선의를 베풀지 고민하는 모습을 묘사하는데, ‘went on planning’이라는 ‘go on planning’의 과거형이 쓰였다. 이러한 ‘go on planning’은 ‘keep jumping’, ‘stop smoking’처럼 ‘…하는 행위 자체를 계속하거나 그만 두다’라는 뜻을 지녔다. 이와 달리 ‘…하는 행위를 하려고 다른 일을 계속하거나 그만 둔다’라고 할 경우에는, ‘go on to plan’, ‘keep to jump’, ‘stop to smoke’라는 형태를 이용한다.

 

  ‘They must go by the carrier,’ she thought; / ‘and how funny it’ll seem, / sending presents to one’s own feet! // And how odd the directions will look!

 

  ALICE’S RIGHT FOOT, ESQ.

  HEARTHRUG,

  NEAR THE FENDER,

 

(WITH ALICE’S LOVE)

 

  Oh dear, what nonsense I’m thinking!’

  ‘장화는 틀림없이 배달원의 손으로 이동할 거야.’ 앨리스는 생각하였다. ‘그러면 얼마나 우스울까, 사람의 발에 선물을 보내다니! 게다가 주소가 얼마나 이상해 보일까.

 

  난로 보호망 부근

  양탄자 위

  앨리스의 오른발 님

 

(앨리스의 사랑을 담아서 드림)

 

  아 세상에,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떠오르지!’

 

carrier: 운반하는 도구/사람

odd: 이상한, 특이한 / direction: 편지, 택배에 적힌 주소

Esq.: Esquire. , 선생님(Mr. 이전의 호칭)

hearthrug: 난로 앞에 깔아놓는 양탄자 / fender: 난로를 보호하는 망

nonsense: 허튼소리

 

  ⇒

  앨리스가 생각한 주소는 자신의 발, 양탄자, 보호망의 순서대로 발의 주인인 앨리스에서 난로까지 범위가 확장되면서 작성된다. 이렇게 영국과 미국 등의 영어권에서는 편지나 택배 등을 붙일 때 좁은 장소에서 넓은 곳으로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주소를 쓴다. 그래서 한국어로 번역할 때에는 그 반대로 옮기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의 동아시아에서는 ‘개인 이전에 공동체가 있다’는 의식이 있는 반면,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유럽,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개인이 공동체를 만든다’는 생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주소에서 앨리스의 오른발 뒤에 ‘Esq.’라는 호칭이 붙었음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Esq.’는 ‘Esquire’를 줄인 것이다. 이 어휘는 중세 영어 시대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이 표현은 고전 프랑스어인 ‘esquier’에서 유래하였는데, 이 역시 ‘직사각형 모양의 방패로 무장한 사람’을 뜻하는 라틴어 ‘scutarius’에서 출발하였다.(여기서 ‘scut-’ 부분은 ‘방어하다, 무장하다’라는 뜻을 지닌 ‘scutum’에서 비롯하였다) 이렇게 어원에 관해 시간을 거슬러 풀어본 ‘esquire(Esq.)’는 처음에는 기사 한 명을 보조하는 귀족 소년과 청년을, 1688년 명예혁명 이후에 하원 후보로 등록 가능한 계급의 시민을 가리키는 예의상의 호칭이었다. 그러나 근대에 Mr., Mrs.(이후 Miss.와 함께 여성이 결혼했는가, 않았는가를 상관하지 않는 Ms.로 대체되는 중이다.)의 등장으로 거의 쓰이지 않게 된다. 한편,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이룬 미국에서는 변호사나 법률가의 이름 뒤에 표기되어 ‘존경하는 변호사님’과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내용 참고: 위키백과, Oxford Learner’s Dictionaries)

 

  Just then her head struck against the roof of the hall: / in fact she was now more than nine feet high, / and she at once took up the little golden key / and hurried off to the garden door.

  바로 그때 머리가 복도 쪽 천장에 닿자 꽝 부딪쳤다. 사실 이제 키가 9피트(약 274cm) 이상이어서, 얼른 작은 황금빛의 열쇠를 손에 넣어 정원으로 가는 문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just then: 바로 그 때 / strike: 세게 부딪치다

against: 가까이, 에 맞아/붙어

at once: 즉시, 동시에 / take up: 차지하다

hurry off to: 로 급히 떠나다

 

  Poor Alice! // It was as much as she could do, / lying down on one side, / to look through into the garden with one eye; / but to get though was more hopeless than ever: / she sat down and began to cry again.

  불쌍한 앨리스! 한 쪽으로 누우며 한 눈으로 정원을 마주하며 훑어보는 행위가 앨리스에게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기는 하나, 빠져나가는 것마저 더욱 가망이 없었다. 그래서 주저앉아 다시 울기 시작했다.

 

as much as you can do: 당신이 하기에 힘든

look through: 을 통해 빠르게 보다 / lie down on: 에 눕다

 

 

  앨리스는 발을 다시 보지 못해 걱정할 정도로 몸이 커진 상태에서 열쇠를 찾았으나, 이번에도 정원을 들여다보거나 작은 문을 빠져나가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그 중 전자의 경우 ‘to look through into the garden with one eye’라는 구문으로 묘사되었는데, 여기서 자동사 look 뒤에 전치사가 두 가지나 붙어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through’와 ‘into’이다. 영어 사전을 검색해 보면 ‘look through’나 ‘look into’ 중 한 가지로 연결된 형태만 확인할 수 있지 이 문단에서처럼 ‘look through into’라고 검색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단 두 전치사가 어떻게 다른지를 알면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쉬울 듯하다. ‘Look through’에서 through는 앨리스가 보는 문의 처음 방향과 마지막 방향이 모두 존재함을, ‘look into’에서 into는 앨리스에게 정원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look 뒤에 전치사가 두 개가 붙어 만들어진 ‘look through into’라는 어휘는 복도 밖으로 통하는 문의 양방을 거쳐 정원으로 도달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 앨리스의 입장을 더 강력하게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You ought to be ashamed of yourself,” said Alice, / “a great girl like you,” (she might well say this), “to go on crying in this way! // Stop this moment, I tell you!” // But she went on all the same, shedding gallons of tears, / until there was a large pool all round her, / about four inches deep and reaching half down the hall.

  앨리스가 지적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너 같이 다 큰 여자아이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계속 우는 아이라니! 당장 그만 울어, 명령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눈물을 수 갤런이나 펑펑 흘리고 말았다. 드넓은 바다가 온통 앨리스를 둘러싸기 전까지 그랬다. 이 바다는 깊이가 4인치(약 10cm) 정도였고 복도를 절반이나 덮었다.

 

be ashamed of oneself: 부끄러움을 알다, 부끄러워하다

may well: 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but all the same: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shed: (눈물을) 흘리다

gallon: 갤런. 액량 단위 / pool: 웅덩이, 바다

all round: 여러 모로 보나, 다방면에서, 이리저리

 

  ⇒

  몸이 커져서 열쇠를 찾았는데 밖으로 나가지 못해 속상하다는 심정을 잘 나타내는 표현은 무엇일까? 바로 앨리스가 눈물을 흘리는 양이 ‘수 갤런’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갤런(gallon)은 액체의 양을 측정하는 단위로, 영국이나 캐나다와 같은 영연방 및 영어권 나라들에서는 4.5L로, 미국에서는 3.8L로 기준을 두어 휘발유와 같은 비용을 계산한다.

 

  After a time she heard a little pattering of feet in the distance, / and she hastily dried her eyes to see what was coming. // It was the White Rabbit returning, / splendidly dressed, / with a pair of white kid gloves in one hand / and a large fan in the other: / he came trotting along in a great hurry, / muttering to himself as he came, / “Oh! the Duchess, the Duchess! // Oh! won’t she be savage if I’ve kept her waiting!” // Alice felt so desperate that she was ready to ask help of any one; / so, when the Rabbit came near her, / she began, in a low, timid voice, // “If you please, sir―” // The Rabbit / started violently, / dropped the white gloves and the fan, / and skurried away into the darkness / as hard as he could go.

  잠시 후 멀리서 자그마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얼른 눈물을 훔쳐서 무엇이 다가오는지 지켜보았다. 바로 흰 토끼가 되돌아오고 있었는데, 화려하게 옷을 차려 입었다. 한 손에 하얀 새끼 염소 가죽 장갑 한 켤레를, 다른 손에 커다란 부채를 들고도 있었다. 매우 급하게 총총걸음으로 다가왔는데, 오는 도중에 혼자 중얼거렸다. “아! 여공이시여, 여공이시여! 아! 나 때문에 계속 기다리셨다면 살벌하게 대하지 마시기를!” 앨리스는 마음이 심히 간절해서 금방이라도 아무에게나 도움을 요청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토끼가 가까이로 왔을 때 낮고 자신 없는 목소리로 외쳤다. “실례가 되지 않으시다면, 선생님….” 그러자 토끼는 격하게 이동하기 시작하였고, 하얀 장갑과 부채를 떨어뜨리고, 있는 힘껏 어둠 속을 향해 허둥지둥 달아났다.

 

after a time: 잠시 후에 / patter: 가볍게 걸어가다

in the distance: 먼 곳에 / hastily: 서둘러

dry one’s eye: 눈물을 닦다 / splendidly: 화려하게

kid gloves: 새끼 염소의 가죽으로 만든 장갑

trot along: 총총 걷다 / mutter to oneself: 중얼중얼 혼잣말하다

duchess: 공작부인, 여성 공작 / savage: 사나운

desperate: 절망적인, 필사적인, 간절히 원하는

be ready to: 하려는 듯하다 / timid: 소심한, 자신감이 없는

violently: 격렬하게 / scurry away: 급하게 달아나다

as hard as you can: 전력을 다해

 

 

  몸이 커진 앨리스의 시점에서는 흰 토끼가 인형처럼 작아 보인다. 이와 관련한 단어들로는 ‘patter’, ‘trot along’, ‘mutter to oneself’, 그리고 ‘scurry away’가 있다.

  먼저, patter는 비가 ‘후두두, 후두두둑’ 지붕이나 천장에 떨어지는 소리나 걸어갈 때 ‘타닥타닥’ 나는 발자국 소리 등과 관련이 있다. 이 어휘는 위의 두 경우처럼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를 구체화하기 위해 전치사 of와 함께 ‘patter of’라고 쓰는데, 이 문단에서는 흰 토끼의 움직임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기 위해 동명사 형태인 ‘pattering of’로 표기되었다. 둘째, trot along은 말과 같은 동물들이 ‘총총’, ‘종종종’ 걷거나 달려가는 모습을 표현한 동사다. 흰 토끼의 동작을 표현할 때에는 ‘came trotting along’이라는 구문으로 활용되었는데, 이는 앨리스 쪽으로 오는 동작과 총총걸음을 한다는 점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셋째, mutter는 본래 여러 사람들이 외치는 시끄러운 상황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잘 안 들려 ‘중얼중얼’거리는 것과 같다는 데 온 표현으로, 바로 뒤에 ‘to oneself’가 붙으면 화자에게만 들리도록 혼잣말을 한다는 의미가 된다.

  마지막으로 scurry away의 ‘scurry’는 여유 거리를 두지 못할 정도로 급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Oxford Learner’s Dictionaries에서는 19세기 초 영국, ‘hurry’의 중복 표현인 ‘hurry-scurry’(‘허둥지둥’이라는 의미의 부사, 그런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의 축약형에서 비롯하였다고 한다. 이 표현이 동사로 쓰이면 ‘빠르고 짧은 걸음나비(보폭)로 달아난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사전에서 검색해 보면 ‘skurry’라고도 검색이 되는 경우가 적다. 그 경우가 있더라도 영영사전에서 ‘scurry’를 대체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만 짧게 설명할 뿐이다. 아무래도 이 본문에서는 작가 루이스 캐럴이 청각적 효과를 내고 싶어서 ‘scurry away’의 C를 K로 바꿔 표기했을 것이라고 보면 좋다.

 

  Alice took up the fan and gloves, / and, as the hall was very hot, she kept fanning herself all the time / she went on talking. // “Dear, dear! How queer everything is to-day! // And yesterday things went on just as usual. // I wonder if I‘ve been changed in the night? // Let me think: / was I the same when I got up this morning? // I almost think / I can remember feeling a little different. // But if I’m not the same, / the next question is, / Who in the world am I? // Ah, that’s the great puzzle!” // And she began thinking over all the children she knew / that were of the same age as herself, / to see if she could have been changed for any of them.

  앨리스는 부채와 장갑을 주워들었고, 복도가 너무 더웠기에 이야기를 하는 내내 계속 부채질을 했다. “어쩜, 어쩜! 오늘 일어나는 일 모두가 얼마나 기묘한지! 어제 일들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는데. 밤중에도 내가 변했을까? 생각해 보자. 나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와 과연 동일했을까? 느낌이 약간 다르다고 잘 기억난다는 것이 사실상 내가 생각하는 바잖아. 그렇지만 내가 동일하지 않다면, 다음으로 물어보아야지. 나는 도대체 누구란 말이야? 아, 이것이야말로 엄청난 수수께끼잖아!” 그러고 나서 자신과 동갑이라 잘 아는 아이들 모두에 관해 차분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아이들 중 어떤 다른 사람으로 변했을지 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all the time: 내내 / queer: 기묘한, 이상한

just as usual: 늘 그렇던 것처럼 / puzzle: 수수께끼

change for: 로 바꾸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앨리스가 청년 이후의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겪은 어제 일과 오늘 일어나는 일들은 다르다’는 것이 그 요지다. 개인이 늘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삶을 겪는다고 해서 그 점이 ‘나는 …한 사람이다’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 ‘나는 도대체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잠깐 던진다. ‘나’에 대한 고민을 이상한 나라에서 하기 시작한 것일까?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앨리스의 이 질문은 대체 어떤 철학자의 명언과 관련이 있을까? 아마도 17세기 프랑스에서 합리론, 즉 ‘이성이야말로 인간이 탐구하는 지식의 근원’이라는 주장을 펼친 르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영국에서 경험론, 즉 여러 사물에서 공통된 원리를 찾아내는 귀납법적인 방법인 실험을 중시하는 이론을 펼친 프랜시스 베이컨의 ‘아는 것이 힘이다.’ 등일 것이다.

  하얀 토끼를 따라 토끼 굴 아래로 내려가면서 자신의 상황과 관련지어 지식들을 끄집어 보고, 자신이 되고 싶은 현상을 망원경에 비유하고, ‘나를 마시라’는 글귀가 붙은 병에 ‘독’이 들었을지 확인해 보고, 케이크를 먹으면 몸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두 가지의 경우를 생각해 본 것도 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생각’을 하고, ‘아는 것’을 무기로 삼았을 줄 알았던 앨리스의 재능이 발휘되어서였지 않았을까.

 

  “I’m sure I’m not Ada,” she said, / “for her hair goes in such long ringlets, / and mine doesn’t go in ringlet at all; / and I’m sure I can’t be Mabel, / for I know all sorts of things, / and she, oh! she knows such a very little! // Besides, she’s she, I’m I, / and― / oh dear, how puzzling it all is! // I’ll try / if I know all the things I used to know. // Let me see: / four times five is twelve, and four times six is thirteen, and four times seven is― / oh dear! // I shall never get to twenty at that rate! // However, the Multiplication Table doesn’t signify: / let’s try Geography. // London is the capital of Paris, and Paris is the capital of Rome, and Rome― / no, that’s all wrong, I’m certain! // I must have been changed for Mabel! // I’ll try and say ‘How doth the little―’” / and she crossed her hands on her lap / as if she were saying lessons, / and began to repeat it, / but her voice sounded hoarse and strange, / and the words did not come the same / as they used to do:―

  앨리스가 말했다. “에이다가 아니라는 건 확실해. 그건 말이야, 그 애의 머리카락은 그렇게나 기다란 곱슬머리 상태이지만, 내 머리카락은 곱슬머리가 아니기 때문이지. 그리고 확실히 메이벨일 수도 없어. 내게 아는 것이 많이 있는 반면, 걔에게는, 아! 그렇게 아는 게 많지는 않아! 게다가, 그 애는 그 애고, 나는 나지, 그런데…, 아 세상에, 이 모든 것으로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예전부터 알던 것을 과연 지금도 알고 있을지 시험해 볼까? 어디 보자. 4 곱하기 5는 12, 4 곱하기 6은 13, 4 곱하기 7은…, 아 세상에! 이런 식으로면 20까지 절대로 따라잡지 못해! 그러나 곱셈구구는 중요하지 않아. 지리에 도전해 보자. 런던은 파리의 수도, 파리는 로마의 수도, 로마는…. 아니야, 완전히 잘못됐어, 확실하다니까! 틀림없이 메이벨로 변해버린 거야! 이제 ‘어찌 이렇게 자그마한…’, 이렇게 시작하는 시라도 암송해보아야지.” 그래서 앨리스는 배운 것을 읊조리려는 듯이 두 손을 무릎 위에 포개어 따라 하기 시작했지만, 목소리는 쉬어서 이상하게 들렸고 시 구절은 이전에 했을 때처럼 일치하게 나오지 않았다.

 

ringlet: 고리 모양, 곱슬머리 * in ringlets: 곱슬머리인

all sorts of: 모든 종류의, 많은

at that rate: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multiplication table: 구구단, 곱셈표 / signify: 중요하다, 문제가 되다

try and do: 하려고 애쓰다

cross: 서로 겹치게 놓다 / say lesson: 배운 것을 읊다

hoarse: 목이 쉰

 

 

  앨리스는 동갑이라 아는 사이인 메이벨보다 얼마나 많은 걸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지식을 읊어본다. 그 중 한 가지가 구구단 외우기이다. 그런데 앨리스 입에서 나온 구구단의 4단 내용이 우리가 외워 얻는 답과 완전히 다르다. 4×5=20, 4×6=24이어야 하는 값이 4×5=12, 4×6=13으로 나온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는 ‘10진법’을 기준으로 수를 세고 있기 때문에 앨리스의 이런 계산이 이상하다고 보기 쉽다. 그러나 수의 세계에서는 ‘10진법’ 뿐 아니라, 여러 수를 기준으로 한 진법들이 존재한다. 그것들은 바로 18진법, 21진법, 24진법 등이다. 앨리스의 곱셈식 원리 속 이런 진법들을 찾아보면 이상하다는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다.

  먼저, 4×5=12에서 12는 ‘10+2’인데, 그중 10을 18로 바꾸어보면 ‘18+2=20’이 된다. 이를 통해 첫 번째 곱셈식에는 18진법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4×6=13에서 13은 ‘10+3’으로, 앞의 식과는 달리 18으로 바꿔 대입하면 21이 나온다. 19, 20으로 치환해도 엉뚱한 답이 나온다. 그래서 21로 치환하면 ‘21+3=24’가 나오므로, 두 번째 곱셈식에는 21진법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앨리스가 계산하다가 만 4×7의 답은 무엇이며, 10을 어떤 수로 바꾸면 우리에게 익숙한 답이 나올까? 바로 전자는 14, 즉 ‘10+4’고, 후자는 4와 더하면 28이 되는 24이다. 결국 여기서 24진법을 찾을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앨리스의 계산식에서는 곱셈이 진행될 때마다 진법도 3의 배수씩이나 올라감을 확인할 수 있다.

  단, 앨리스는 20까지 이르지 못한다고 했다. 이 경우, 4×13=20에서 20은 ‘10+10’인데 앞의 10을 42로 치환하면 ‘42+10=52’가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52=20’라고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문단에서의 계산법에서는 ‘진법’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10진법에서 20이 나오려면 10을 두 번 더하면 되지만, 42진법에서는 42를 두 번 더해야 20과 같은 답이 나온다. 똑같은 표기라도 의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우리가 10진법만이 수를 묶는 방식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작품 속에 드러난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겠는가? (내용 참고: 네이버 포스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2 ‘엉터리 구구단?’ / 사이언스 타임즈 -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 숨은 수학 퍼즐)

 

  How doth the little crocodile

    Improve his shining tail!

  And pour the waters of the Nile

    On every golden scale!

 

  How cheerfully he seems to grin,

    How neatly spreads his claws,

  And welcomes little fishes in

    With gently smiling jaws!

 

  어찌 이렇게 자그마한 악어는

    반짝이는 꼬리를 더욱 가꾸고

  모든 황금 비늘 위에다

    나일 강의 물을 콸콸 뿌리는가!

 

  미소 짓는 모습이 어찌 활기찬 것 같은가,

     발톱 펼친 모습이 어찌 단정한가,

  다정하게 웃음꽃 피운 턱으로

     꼬마 물고기들 맞이한 모습 역시!

 

improve: 나아가다, 향상시키다 / scale: 비늘

cheerfully: 쾌활하게 / grin: 활짝 웃다

neatly: 단정하게 / claw: (동물의) 발톱 / jaw:

 

 

  앨리스가 어떤 시를 암송하려고 했으나 수업에서 배운 것과 ‘다른 구절들’이 나온다. 원래는 어떤 작품이었을까? 바로 청교도 출신 찬송가 작사자, 논리학자인 영국의 아이작 왓츠가 1715년에 지은 「게으름과 악한 짓을 경계하며(Against Idleness and Mischief)」이다. 꿀벌이 바삐 움직이며 꿀을 찾고 자신의 보금자리를 가꾸는(벌집 칸 만들기와 밀랍 분비하기 등) 것처럼(1, 2연), 화자도 악행과 게으른 태도로 유혹하는 사탄의 속삭임에 거절하며 자신이 하는 모든 것에 성실하게 움직이며 나아가겠노라(3, 4연) 결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큰 영광 중에 계신 주’, ‘기쁘다 구주 오셨네’와 같은 찬송가 작사자답게 ‘하나님과 대척하는 사탄의 유혹을 뿌리치며 근면한 삶을 살라’는 기독교적 메시지를 부여하였다. (원문 시 읽기: 위키백과, https://en.wikisource.org/wiki/Against_Idleness_and_Mischief)

  앨리스가 낭독한 부분은 작가 루이스 캐럴이 1, 2연을 패러디한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수고하는 삶이 상당히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해 등장시킨 꿀벌을, 나일 강에서 입을 벌려 물고기들을 집어 삼킨 악어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추측해 볼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19세기 산업혁명 당시에도 모든 아이들이 ‘국민’으로서의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엘리트나 중산층 출신의 아이들과 달리, 일반 서민 중 형편이 좋지 않은 쪽과 하층민 출신의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노동 현장에 나가 제1차 산업혁명의 상징인 방적기(실을 만드는 기계), 방직기(실을 뽑아 천을 만드는 기계) 등을 만져야 했다. 그런 아이들이 가식적인 어른들에게 손가락질 당했을 것이라는 점이 아닐까? 위에서 언급한 ‘고귀한 교훈’을 앞에서는 입으로 잘 내뱉으면서도, 뒤로 돌아서면 천박하다 깎아 내리며 비난하던 어른들 말이다.

 

  “I’m sure those are not the right words,” / said poor Alice, / and her eyes filled with tears again / as she went on, / “I must be Mabel after all, / and I shall / have to go and live in that poky little house, / and have next to no toys to play with, / and oh! ever so many lessons to learn! // No, I’ve made up my mind about it; / if I’m Mabel, I’ll stay down here! // It’ll be no use their / putting their heads down and saying ‘Come up again, dear!’ // I shall only look up / and say ‘Who am I then? // Tell me that first, / and then, if I like being that person, I’ll come up: / if not, I’ll stay down here / till I’m somebody else’― / but, oh dear!” / cried Alice, / with a sudden burst of tears, / “I do wish / they would put their heads down! // I am so very tired of being all alone here!”

  “시 구절들이 완전히 틀렸잖아.” 불쌍한 앨리스가 한탄하였다. 계속 우는 상황에서 눈에 눈물이 다시 차올랐다. “어쨌든 메이벨이 되어버린 게 틀림없어. 그렇다면 비좁고 작은 집에 들어가 살아야 할 거고, 가지고 놀 장난감도 거의 없을 거야. 이럴 수가! 배워야 할 내용도 더 늘어나겠네! 아니야, 이 문제에 관해 이미 결심하였잖아. 내가 메이벨이면 여기에 계속 있을 거라고! 사람들이 고개를 숙여 이쪽을 향해 ‘땅에서 나오렴, 얘야!’라고 외치면 아무 소용이 없을 거야. 난 그저 올려다보며 말할 뿐이지. ‘전 그렇다면 누구란 말인가요? 그것부터 먼저 이야기해 줘요. 그러면 내가 그 사람이 되기 희망할 경우 땅에서 나올 테니까요.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누군가가 되기 전까지 여기 그대로 있을 거예요.’라고…. 그런데 아, 이럴 수가!” 눈물이 갑작스레 펑펑 터지면서 앨리스가 엉엉 울었다. “사람들이 잠깐 고개를 숙이기라도 하면 좋겠어! 여기 혼자 있는 게 너무 싫증난단 말이야!”

 

live in: 에 들어가 살다 / poky: 비좁은

have next to no: 이 거의 없다 / make up one’s mind: 결심하다

put one’s head down: 고개를 숙이/ come up: 움이 트다

burst of tears: 한바탕 눈물을 터뜨림

 

  As she said this / she looked down at her hands, / and was surprised to see / that she had put on one of the Rabbit’s little white kid gloves / while she was talking.

  이렇게 말하였을 때 앨리스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토끼의 조그맣고 하얀 새끼 염소 장갑 한 짝을 끼고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늦었다며 서둘러 뛰어간 흰 토끼는 부채와 함께 하얀 장갑을 흘렸다. 앨리스는 부채를 부치면서 자신이 정확히 누구인지 생각하다가 그 장갑을 끼었음에 놀란다. 이 장갑은 원문에서는 ‘white kid gloves’라고 한다. 이것은 어린이를 위한 장갑이 아니라 새끼 염소의 가죽을 이용하여 만든 것이다. 어휘 kid는 어린이라는 뜻 뿐 아니라 동사로는 누군가를 ‘놀린다’는 뜻도, 명사로는 ‘새끼 염소’라는 뜻도 있다. 이 단어는 중세 영어 시대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는데, 독일어 ‘Kitze’와 관련 있는 게르만어족 단어 중 고전 노르만 어 ‘kith’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러한 ‘새끼 염소의 가죽 장갑’을 끼면 다른 사람을 어떤 태도로 대하게 될까? 이와 관련한 관용 표현이 ‘handle/treat … with kid gloves’이다. 이것은 낯선 상대방과 대화할 때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실망케 하지 않도록 하고자 매우 조심스럽게 대한다는 뜻을 지닌다. 결국 그 사람들에게 센스 있는 모습을 보여 잘 대처할 수 한다는 것이다. (어원 내용 참고: Oxford Learner’s Dictionaries)

 

  ‘How can I have done that?’ she thought. ‘I must be growing small again.’

  ‘어떻게 이런 일을 해낸 걸까?’ 생각하였다. ‘틀림없이 다시 작아졌을 것이구나.’

 

  She got up and went to the table / to measure herself by it, / and found / that, as nearly as she could guess, she was now about two feet high, and was going on shrinking rapidly: / she soon found out / that the cause of this / was the fan she was holding, / and she dropped it hastily, just in time / to avoid shrinking away altogether.

  어서 일어나 탁자로 가서 그 옆에서 자신이 어떤지 재어보았다. 그리고 살펴 생각해 보니까 이제 길이가 2피트(약 60cm)이고, 빠르게 줄어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앨리스는 곧 이 원인이 자신이 들고 있던 부채에 있었다는 점도 알아냈다. 그러고 나서 어서, 가까스로 그 부채를 떨어트려 완전히 오므라드는 일을 피하였다.

 

as nearly as can guess: 가 살펴 생각해 본 바로는

rapidly: 빠르게 / find out: 에 대해 알아내다

shrink away: 오므라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