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어문대학의 학과 이름에 여러 계열이 혼합되어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Woolf 2021. 6. 23. 21:27

  ‘어문계열 학문’은 흔히 ‘역사학’과 ‘철학’과 함께 인문학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어문계열의 학과 이름에는 서로 다른 내용의 다양한 계열이 섞여있는 경우가 많다. 국어국문학과, 영어영문학과, 프랑스어문학과(불어불문학과), 러시아어문학과(노어노문학과. 예전에 러시아를 ‘노서아(露西亞)’라고 부르는 데서 유래하였다), 중어중문학과, 일어일문학과 등……. 이것은 학과들의 대부분이 한 학과에서 언어학, 문학, 교육학, 문화학, 어학 등 여러 가지 분야를 다룬다는 점을 보여준다. ‘어문계열 학문’에 어떤 특이점이 있기 때문일까?


  먼저,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학문 연구의 기초이기 때문일까? 언어는 다양한 학문과 개념을 학습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와 같은 언어를 잘 다루어야 학생들이 몰랐던 세상을 경험하고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어가 국제 관계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것을 바탕으로 한 언어학과 문학 관련 학과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미국과의 외교 관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영어영문학과가,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이득을 보기 위한 길을 찾기 위한 경우에는 중어중문학과가 부각되는 현상, 통일 이후 유라시아로 한국인의 무한한 잠재력을 뻗어나가는 준비를 하는 데에는 러시아어문학과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그런 예일 것 같다. 그 외에도 다양한 주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하는 문해력이 더 많이 요구되는 곳이 언어를 다루는 학과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모국어로든 외국어로든 한 언어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해야 각자의 공부를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언어를 다루는 학과들에 각기 언어학, 문학, 어학 등의 다양한 전공들이 함께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닐까?

  두 번째로, 한 학과에서 모든 시대와 지역의 문학을 다룰 수가 없기 때문일까? 언어학과는 두 가지 이상의 언어에 반영된 보편적인 특징들을 화용론, 음운론, 음성학, 통사론, 의미론 등의 일반언어학, 전산언어학 등의 전공으로 연구하는 학과로, 우리나라에서는 부산대학교, 충남대학교,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이 5곳의 대학교에 설치되었다. 반면에 ‘문학과’는 어떨까? ‘학문으로서의’ 문학만 따로, 포괄적으로 다룬 학과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이것은 기술적인 면에서 문학이나 예술 등을 다루는 문예창작과와는 다른 개념이다.). 사실상 ‘선택과 집중’의 자세가 필요한 전공이 바로 문학인 셈이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 문학을 공부하려면 ‘국어국문학과’에서 전공해야 한다. 영미 문학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등의 영연방 문학은 ‘영어영문학과’로, 프랑스와 북부 아프리카 문학은 ‘프랑스어문학과’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동유럽 문학은 ‘러시아어문학과’로 진로를 정해 학습할 수밖에 없다(여기서 예외로는 동남아시아의 문학이나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과 같은 노르웨이 문학 등이 있는데, 현재 해당 언어권 관련 어문계열 학과가 많은 대학에 개설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학과들 중 대부분의 대학에 개설되어있는 영어영문학과는 더 복잡하다. 여기서 다루어지는 작품들이 ‘영어’라는 언어로 쓰였다는 점이 같다고 해도, 19세기/20세기/21세기에, 영국/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인도/아일랜드 등에서 쓰인 작품이 다양해서 학부 전공 4년 동안 모든 것들을 읽고 분석하고 비평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역사학’과 ‘철학’은 어떨까? 물론 이 학문도 여러 가지 언어를 알아야 그 주제에 대해 더 정확한 이해가 가능한 학문이라고 볼 수는 있다. 우선 역사학도는 한국의 역사를 연구하는 데 한문, 한국어 뿐만 아니라 일본어, 영어, 러시아어 등도 독해할 줄 알아야 한다. 중국의 역사는 한문,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이 필요하며, 일본의 역사는 한문, 일본어, 영어 등이 필요하다. 게다가 서양의 역사의 경우에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헬라어(고대 그리스어), 라틴어 등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한편 철학도들은 한국 철학/중국 철학/일본 철학/인도 철학/대륙 철학(유럽 철학)/영미 철학 등 중 한 가지를 익히는 데 필요한 언어들 독해에 익숙해져 있어야 한다. 본인이 희망하는 분야와 그 방향에 따라 한문, 중국어, 일본어, 힌디어, 산스크리트어, 헬라어, 라틴어,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등의 외국어 중에서 한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선택하여 분석하여 철학서의 메시지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결국 사학과와 철학과에서도 다양한 언어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야 각 학과의 연구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자연스러운 해석이 나오게 된다. 다만 어문계열의 학과만큼 여러 가지의 분야를 다루지는 않는다. 단지 학과의 특성상을 살리면서 어학은 보조 수단으로 작용할 뿐이다.


  인문학은 인류가 남긴,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언어도 이 중 한 주제에 해당된다. 언어가 다양한 학문들의 개념과 이론을 이해하게 하는 기본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그로 이루어진 문화 중 하나인 문학도 한 지역에서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니까 ‘…어…문학과’라고 어문계열 학과들이 세분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양한 지역과 그곳의 외국어를 기준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사학과와 철학과에서도 연구를 위한 원서를 읽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언어가 수단으로 작용된다. 단지 어문학과 계열은 학과명을 세분화시킬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영어영문학과’를 ‘영어학과(Department of English Linguistic. 영어를 언어학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을 다루는 학과)’, ‘영어권문학과’, ‘영어교육학과(영어교육과와 다른 개념이다)’, ‘영어권문화학과’ 등으로 나누어야 한다.